[르포] 친환경 선박 개발·건조 요람... 밀폐구역선 용접로봇 척척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세계 최고의 설비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미래 친환경 선박을 연구·개발·건조하는 요람입니다. 오늘 조선소를 다 둘러보려면 버스를 타고 다니더라도 1만보 이상을 걸으셔야 할 겁니다."
지난 27일 경상남도 거제시에 소재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만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여의도 면적의 1.67배, 축구장 686개 규모에 달하는 한화오션 거제소선소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에너지시스템실험센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내부, 제 1도크, 스마트야드실증센터, VR(증강현실)도장교육센터, 생산혁신연구센터, 슬로싱연구센터 등을 직접 둘러봤다.
조선소 시설들 중 가장 시선을 사로잡았던 곳은 인도를 3일 앞둔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승했을 때였다.
해당 선박은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한 300K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으로, '이글 벤츄라(Eagle Ventura)'라는 이름이라고 했다. 선박의 높이는 약 60m로 아파트 15층에 육박했고, 1년 3개월의 건조기간을 거쳐 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인도를 앞둔 선박이지만 직접 승선해보니 아직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듯 한화오션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페인트 냄새도 진동했다. 또 인도를 받기 위한 선주사 직원들 역시 해당 선박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이 선박에 탑재된 LNG(액화천연가스) 탱크는 고망간강 소재를 활용해 포스코와 개발했다고 한다. 탱크 내부의 깊이는 무려 30m에 달한다.
이 선박은 무게가 무려 30만톤에 달하지만 다양한 첨단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항해사 없이 목적지를 찍어두면 자동으로 항해가 가능하다"며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함께 증강현실 시스템도 구현해 장애물 등을 피하고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게 했다.
이어 둘러본 곳은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는 1도크를 둘러봤다. 이곳은 길이 530m, 폭 131m에 달하는데, 통상 LNG운반선의 경우 최대 약 300m에 달하기 때문에 2척은 전체를 건조하고, 2척은 절반만 건조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작업이 마무리 된 2척이 도크를 빠져나가면 다시 2척을 추가로 건조하는 형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다"며 "LNG운반선은 2년에서 2년 6개월,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 운반선은 약 1년 가량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첨단 연구시설도 둘러봤다. 그 중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은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도장교육을 할 수 있는 VR도장교육센터였다.
이곳에서는 작업자가 VR안경을 쓰고 가상의 공간에서 스프레이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다. 도료의 결과물이 계절과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몇 월을 기준으로 연습하는지 등도 설정해야 할 정도로 섬세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특히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보호장구가 필요없고,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일반 연습과 달리 바로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이 연습장은 2021년 구현된 곳으로 사내 협력사나 훈련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신청을 받아 훈련이 가능한데, 기존 약 1년 가량 소요되던 교육기간을 무려 1~2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한다.
생산혁신연구센터 기술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용접로봇들이 직접 용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근 조선업 현장 인력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인력난 해소를 비롯해 협소한 곳에서의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이날 본 조선업계 최초 밀폐구역(이중선체) 용접로봇은 17㎏급 소형 경량 로봇에 팔이 부착되어 있는 형태로, 작업시에는 팔 부분만 움직이면서 용접이 가능했다. 현재 거제사업장에는 총 4대의 시제품이 투입되어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슬로싱 연구센터였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범 해양제품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여기에는 극한 환경에서 실험이 가능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선박의 탱크를 소형화한 2개의 실험장비에는 각각 500개가 넘는 압력센서가 부착되어 데이터 획득이 가능하며 가스밀도 측정기 등도 탑재되어 있었다.
슬로싱 현상을 직접 시연하자 2대의 슬로싱 계측 기계가 실제 선박이 바다 위를 운항하는 형태로 움직이면서 내부의 액체가 가하는 충격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줬다. 이 연구원은 "무인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통해 24시간 실험이 가능하고 자동해석이나 보고서 작성도 가능해, 주말 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를 입력해 두고 퇴근한다"며 "그러면 설비가 주말 내내 혼자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결과를 수집한다"고 말했다.
거제=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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