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 누빌 '친환경' LNG선 가득…조선소 심장부 위용[르포]
슬로싱·에너지시스템 연구개발도 수행…자동화 확대로 인력난·작업안전 해결
(거제=뉴스1) 배지윤 기자 = 거가대교를 건너 경남 거제시 옥포면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 크레인의 상부에 새겨진 로고 'Hanwha'는 이곳이 대우조선해양 간판을 내리고 지난 5월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042660) 거제사업장임을 짐작케 했다.
지난 27일 방문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조선소는 최대 규모의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 4척과 선주사 인도를 앞둔 LNG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가 수주 물량으로 골머리를 앓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소의 위용을 뽐냈다.
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에는 곳곳에 놓인 자전거 숫자만큼의 인력들이 한화오션 로고가 새겨진 새 안전모, 안전복을 착용한 채 선박 건조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바다 위 LNG선' 4척 중 1척은 한화오션이 건조
거대한 사업장에서 가장 눈이 띄는 것은 단연 화려한 주황색을 입은 대형 선박이었다. 최근 시운선을 마치고 선주사 인도를 이틀 앞둔 초대형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 '이글 벤투라'호였다. 길이 365m, 아파트 20층 높이 26.5m의 압도적인 몸집을 자랑했다.
특히 선박에 설치된 13층 높이의 LNG화물창 2개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LNG화물창은 영하 163도 극저온 환경에 액화 천연가스를 싣는 만큼 기술력이 요구되는 핵심 기술로 LNG화물창 두개가 탑재된 선박은 이글 벤투라호가 최초이다.
IMO(국제해사기구) 규격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규제인 에너지효율 지수 3단계(이산화탄소 배출량 30% 이상 감축) 구현에도 성공했다.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연료탱크에 대한 검증도 마쳤다.
놀라운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길이 530m, 폭 132m, 높이14.5m의 1도크에는 4척의 선박이 동시에 건조 중이었다. 1도크는 VLCC급 선박 4척(2척 전선, 2척 반선)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불과 1년 전 초대형 유조선으로 가득했던 이곳에 4척의 거대한 LNG운반선이 반기고 있었다. 4척 선박의 뱃값만 1조원이 넘는다.
건조 작업이 끝나면 이곳에서는 진수식도 열린다. 한화오션은 5주에 1번씩 진수식 거행을 위해 도크에 물을 채운다. 물에 띄운 배는 수문을 열어 바다로 내보낸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LNG운반선은 현재 한화오션에서 가장 많이 건조하고 있는 선종이다. 한화오션의 수주 잔량 99척 가운데 65척이 LNG선"이라며 "전 세계에 운영 중인 LNG선박 4척 중 1척은 한화오션이 건조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기술력의 근간"…슬로싱·에너지시스템 실험 센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선박 건조뿐 아니라 선박 실험 및 연구 또한 이뤄지는 곳이다. 선박에 탑재되는 친환경 기술력은 모두 거제사업장 연구소에서 실험 및 실증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그 중 돋보이는 연구 시설은 한화오션 '슬로싱(선박이 움직일 때 출렁이는 현상) 연구센터'였다. 집게발 모양의 대형 로봇이 1분에 수십번씩 움직이며 LNG화물창을 모사한 모형탱크가 바삐 움직이고 있는 이곳에서는 무인자동화 설비를 통해 24시간 슬로싱 현상을 연구하고 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슬로싱은 탱크가 깨져 LNG 같은 극저온 화물이나 독성 있는 암모니아 액체가 유출될 경우 환경 오염을 방지할 핵심 기술"이라며 "선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운송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도록 돕기 때문에 선주사 물류비 절감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극저온 연구시설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도 친환경 추진연료 신기술이 만들어지는 핵심 연구 시설이다. 액화질소를 이용한 모사실험이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해 실제 운항과 동일한 극저온 시스템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LNG 재액화장치 역시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실증을 거친 뒤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운송 중 증발된 액체상태의 천연가스를 모아 다시 액체로 바꾸는 장치로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적용됐다.
◇연결화·자동화·지능화 기술로 인력난 해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수주 낭보'에도 배를 건조할 현장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계 고질적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 연결화·자동화·지능화 첨단 시스템 및 자동화 설비도 도입했다. 각종 자동화 설비는 물론 각종 자동·무인화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생산혁신연구센터에서는 17㎏ '탑재론지 용접로봇'이 용접공을 대신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자동화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연 현장에서는 로봇 가동과 동시에 윙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어오르며 2분가량 용접 작업을 수행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탑재론지 용접로봇은 3년 이상 경력의 용접사와 같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밀폐되고 협소한 구역 작업을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 인력난과 작업 환경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무레일 일렉트로가스 용접장치 또한 한화오션에서 업계 최초로 개발한 장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로봇이 아닌 자체 기술로 개발한 로봇으로 레일 없이 한번의 용접으로 두께 55㎜까지 용접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연내 1100대를 투입해 자동용접 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고유 기술인 만큼 로열티를 통한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
이처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최신 AI(인공지능)·센서·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융합해 조선소 스마트화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작업 분야인 선행 전처리 및 도장 분야를 중심으로 자동·무인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후행 공정 분야에도 조선업 최초 무레일 용접시스템 개발, 전선 포설 자동화 장비 개발 성공 및 현장 보급으로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 올리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능형 생산혁신 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생산 현장에서 용접 및 가공 등 주요 공정에서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협동로봇을 비롯해 총 10여개 분야 8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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