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특명, '슬로싱' 줄여라…옥포조선소서 모형 화물창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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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E(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 옷으로 갈아입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지상 3층 규모의 '슬로싱(sloshing) 연구센터'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유조선 등에 들어가는 대형 화물창의 축소판 모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슬로싱 연구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스페인 업체가 만든 LNG 운반선(2004년 건조)이 2006년 슬로싱 현상으로 3개의 화물창 아래 부분이 깨지는 사건이 벌어져 항로를 급히 바꿔 서둘러 수리를 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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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E(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 옷으로 갈아입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지상 3층 규모의 '슬로싱(sloshing) 연구센터'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유조선 등에 들어가는 대형 화물창의 축소판 모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모형을 고정한 패널을 6개 다리로 구성된 축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여 안에 담긴 물을 일부러 출렁이게 하는 이유는 실제 화물창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슬로싱 현상1'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7일 찾은 연구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실험이 시작하면 30분씩 최소 500회 모형을 흔든다. 한 번 시작하면 적어도 250시간, 날짜로는 열흘 동안 모형 화물창을 괴롭힌단 얘기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화물창 하나는 농구 코트가 있는 체육관보다 크다"며 "슬로싱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화물창 중간에 겹벽을 세운다"고 했다. 이 경우 배가 심하게 출렁거려도 슬로싱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왜 슬로싱 연구에 몰두하는가
슬로싱에 따른 화물창 파손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생태계에 끼치는 피해 때문이다. 슬로싱 연구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스페인 업체가 만든 LNG 운반선(2004년 건조)이 2006년 슬로싱 현상으로 3개의 화물창 아래 부분이 깨지는 사건이 벌어져 항로를 급히 바꿔 서둘러 수리를 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선박끼리 충돌 없이도 자칫 배에 실은 액체가 바다로 흘러가면 바다 생태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2004년 부산대와 공동 연구를 시작, 20년 넘게 공동 연구를 통해 출렁이는 액체 때문에 탱크에 균열이 생기는 일을 줄이기 위한 운영 노하우를 확보했다고 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국내 업계 최초로 만든 슬로싱 연구센터에서는 모션 플랫폼 2기를 비롯해 500여 개의 압력센서, 무인자동화시스템을 활용해 24시간 실험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자동으로 해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해 빠르고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독 한 곳에서 LNG운반선만 4대 건조
옥포조선소 야드에서는 슬로싱 연구 등을 통해 안전성을 크게 높인 LNG선 건조가 한창이었다. 특히 길이 530m, 폭 131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1독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표 상품인 LNG 운반선 네 척이 한꺼번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여기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유조선을 건조했다"며 "LNG 운반선 네 척의 가격만 해도 1조 원이 넘는다"고 했다.
신기술을 앞세워 선박 품질 경쟁력도 높였다. 이날 기자가 타 본 완성 단계의 초대형 원유운반선(LVCC) 조타실에서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바다 상황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거제사업장은 미래 친환경 기술의 요람이 될 것"이라며 "자율 운항 등 항해사들이 배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으로 수익성을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11개 분기 만에 흑자(영업이익 741억 원)를 기록한 한화오션은 LNG운반선 연속 건조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조만간 카타르에서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도 예정돼 있어 한화오션의 LNG 운반선 수주 잔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제=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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