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화오션, LNG운반선 '최초·최고' 타이틀 이어간다

정민주 2023. 10.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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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있던 자리에 고부가 선박 가득
연구센터선 LNG 관련 기술개발 한창
암모니아·액화수소 운송 연구도 박차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은 연내 채용을 통해 거제사업장 직원을 2만5000명까지 늘린는 계획이다./사진=한화오션

[거제=정민주 기자] 옥포만을 품고 있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크기만해도 서울 여의도의 1.67배에 이른다. 일대 도로명은 대우조선해양로에서 '한화오션로'로 개명을 마쳤다. 사업장을 찾은 27일은 유독 볕이 좋았다. 마치 2만1000명 직원의 열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곳곳에선 철근 작업 소리, 중장비 이동 소리 등이 들려왔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도크에서 LNG운반선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다. 70% 이상 건조된 선박은 수문이 열리면 옆으로 이동한다.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나면 호른(Horn)을 울린다./사진=한화오션

고부가 선박 건조에 휘파람이 절로

"1도크 안에서만 LNG운반선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습니다. LNG운반선이 1도크를 꽉 채운 건 이번이 처음이죠."

목소리 주인공은 25년 가까이 선박을 제작한 베테랑 직원이다. 1도크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초대형유조선으로 가득했다. 이제는 LNG운반선으로 채워질 날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직원은 "앞으로 예정된 것만 이곳은 최소 16번 더 LNG운반선으로 가득해진다"고 설명했다.

거제사업장은 환경규제 강화로 바빠진 곳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오션은 세계에서 손꼽히 LNG운반선 특허 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때부터 쌓아온 업력이 한 몫 했다. 세계 최초의 대형 LNG운반선과 쇄빙 LNG선 모두 여기서 탄생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LNG운반선 4척 중 1척은 거제사업장 작품이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직원들 얼굴은 생기로 가득찼다. 휘파람 불며 작업장을 이동하는 직원도 있었다. 잘 만들어 잘 벌고 있으니 힘이 날 만도 했다. LNG운반선은 초대형유조선, 초대형컨테이너선 중 가장 비싸다. 1도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LNG운반선 4척은 뱃값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 조선업은 지금부터 10년간 호황기라고 한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거제는 연중 기온이 비교적 온화해 실외 작업이 많은 조선소가 들어서기에 적합하다./사진=한화오션

"남들이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한 곳"

LNG운반선 대항해 시대는 2015년 설립된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열렸다. 이곳은 '전세계 1호'  극저온 연구시설이다. 지금까지도 이런 센터를 보유한 조선소는 손에 꼽는다. '실험도 실천처럼 해야한다'는 모토가 LNG운반선 개발을 성공가도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개발한 LNG 재액화장치는 LNG운반선의 표준을 바꿨다. 보통 액체상태의 LNG는 운송 중 기화해 증발한다.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이렇게 날아가는 LNG를 모아 다시 액체로 바꾸는 재액화장치를 선보인 것. 재액화장치는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적용됐다. 

한화오션 직원은 "재액화장치를 만들었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며 "액체로 잘 모아 운송한다고 해도 계속되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면 LNG는 어느순간 폭발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위험이 도사렸다"고 말했다. 

슬로싱 모션 플랫폼. 500여개의 압력센서, 500채널의 데이터 획득장치 등을 구비하고 있다. 운영 효율화를 위해 무인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24시간 실험도 가능하다./사진=한화오션

슬로싱(Sloshing, 선박 움직임에 따라 액체가 출렁이는 현상) 연구센터는 이런 문제를 보완했다. 이곳 또한 업계 최초다. 해당 센터에서는 액체가 출렁일때마다 생기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모형탱크 개발이 한창이었다. 

모형탱크는 실제 선박에 실리는 탱크보다 40분의 1 정도 축소형이다. 실험 조건은 바다 위에서 태풍을 만났을 때로 가정한다. 선박이 가장 격하게 흔들리는 순간이다. 실험실 한켠에는 10가지 정도 되는 각기 다른 모형탱크가 쌓여 있었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관계자는 "친환경 연료로 부각될 암모니아와 액화수소에 대한 슬로싱 평가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초대형유조선 '이글벤투라'. 이글벤투라는 최근 시운전을 마치고 30일 출항한다./사진=한화오션

현재 한화오션의 선박 수주잔량 99척 중 LNG운반선만 65척으로, 전체 수주잔량 중 66%에 이른다. 통상 LNG운반선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보다 수익율이 높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생산현장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성 높은 선박 건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거제사업장은 세계 최고의 설비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LNG운반선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미래 친환경 선박을 연구, 개발, 건조하는 요람이다"고 말했다. 

정민주 (minj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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