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잡는 적과제 ‘카바릴’ 분해하는 토양 미생물 발견
꿀벌에 치명적인 농약을 분해하는 토양 미생물이 발견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김동욱 상지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과 전국 논밭 40여곳에서 채취한 흙에서 세균 1000여주를 분리해 실험한 결과 사과 적과제 ‘카바릴’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적과제는 과실나무에서 과실을 솎아낼 때 사용하는 약제다.
생물자원관은 새로 발견한 메조라이조비움(Mesorizhobium)속의 신종 미생물 SP-1A가 100ppm(액체·기체 등의 농도 단위) 농도 카바릴을 24시간 이내에 완전히 분해했다고 설명했다. 진드기 살충제로도 쓰이는 카바릴의 자연 반감기는 9일로 100ppm에서 1ppm으로 감소하는 데 두 달 이상이 걸린다.
카바릴은 사과 농사에 많이 쓰이는 적과제다. 꿀벌에 치명적이어서 사과꽃 등이 개화할 때 카바릴을 살포하면 3주 정도 이후엔 인근 양봉농가 꿀벌 70%가량이 폐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카바릴 때문에 과수농가와 양봉농가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해롭다.
농약관리법은 꽃이 완전히 진 뒤에 카바릴을 살포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사용기준을 어겨 꿀벌에 피해가 발생하면 민사상 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
연구진이 발견한 미생물은 공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 등 질소화합물로 전환하는 ‘질소 고정’ 특징도 지니고 있다. 이 미생물이 전환한 질소화합물이 천연 비료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화학비료 사용량 저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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