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자립 위해 만든 커촹반, 상장 철회 기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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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이후 기술자립을 위해 만든 커촹반에 상장신청한 기업의 상장 철회가 늘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가 커촹반 상장으로 532억위안(9조5800억원)을 조달했으며 스타트업이 상장을 통해 수십억 위안(3000억~5000억원)을 손쉽게 확보하면서 중국 기술기업의 자금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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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이후 기술자립을 위해 만든 커촹반에 상장신청한 기업의 상장 철회가 늘고 있다. 증시 하락으로 중국 당국이 상장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 영향이 큰데, 중국 기술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상하이 거래소의 기술기업 전용 증시인 커촹반(科創板·스타마켓)에 상장 신청한 스타트업의 상장철회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커촹반에 IPO(기업공개)를 신청한 기업 중 126개사가 상장신청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년간 수치를 더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시로 2019년 7월 상하이거래소에 개설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가 커촹반 상장으로 532억위안(9조5800억원)을 조달했으며 스타트업이 상장을 통해 수십억 위안(3000억~5000억원)을 손쉽게 확보하면서 중국 기술기업의 자금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FT는 올들어 상하이거래소가 커촹반 IPO(기업공개) 기준을 높이고 있으며 혁신을 장려하는 중국 당국의 접근 방식이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커촹반 IPO 신청기업은 수익을 내야 할 뿐 아니라 기술수준이 업계 선두기업 수준으로 사업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중국 감독당국이 상장 조건 강화를 통해 최고의 자격을 갖춘 기업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려고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노력이 높은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콩 오리엔트 캐피탈의 앤드류 콜리에 매니징 디렉터는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기업에는 국가의 역량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너무 정치적이라서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천즈우 홍콩대 금융학과 교수는 "규제 당국에 어느 하이테크 기업이 상장할지 결정하게 하는 것은 여덟 살 아이에게 최고의 달착륙 기술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며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커촹반 상장 신청 기업 중 약 3분의 2가 상장 허가 받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약 4분의 1만 상장허가를 얻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커촹반 상장기업의 자금조달 금액도 줄었다. 지난해 커촹반 상장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전체 상장기업이 조달한 금액의 절반에 달했지만, 올해는 40%로 금액 174억달러(23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선전거래소의 차스닥(차이넥스트) 상장기업이 조달한 금액보다 불과 10억달러(1조3500억원) 많은 금액으로 커촹반은 2019년 출범이후 처음으로 중국 거래소 중 자금조달 1위를 놓칠 위기에 직면했다.
한편 올들어 부진한 중국 증시도 스타트업 상장에 대한 규제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커촹반 50지수가 4월 고점 이후 4분의 1 넘게 하락한 가운데, 지난 8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신규 주식 공급과 수요가 동적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IPO 승인을 일시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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