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회공헌에 1.2兆 쓴 은행…주인 없는 ‘휴면예금’ 활용 논란은 여전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중은 5년래 최저
영리활동 제외로 실적 신뢰성 높여
은행권이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1조2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 전년보다 17%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은행의 당기순이익에서 사회공헌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간 가장 낮았다.
은행권이 발표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금융 당국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개선 방안을 도출한 후 나온 첫 측정치다. 은행권은 이번 사회공헌활동 금액 측정 시 대가성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활동이나 프로스포츠 관련 활동을 제외하며 사회공헌활동 실적의 객관성을 높였다.
하지만 은행권은 금융 당국에서 사회공헌 측정 대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휴면예금’을 여전히 사회공헌활동 금액으로 포함하며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돈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생색을 낸다는 비판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작년 사회공헌 금액 증가…순이익 대비 비중은 감소
은행연합회는 30일 ‘2022년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발간하고 작년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이 전년 대비 16.6%(1763억원) 증가한 1조238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인균 은행연합회 디지털·ESG·IT 본부장은 “2006년 첫 실적 집계 당시 3514억 원이던 사회공헌 규모는 2019년 이후 연간 1조원 이상을 유지하며 성장추세를 지속 중”이라며 “기부·자선 위주의 활동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활동 전반으로 외연을 확장하여 양적·질적 성장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비중은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쉽게 말해 벌어들인 돈에서 사회공헌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당기순이익에서 사회공헌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6%를 기록한 뒤 2019년 9.2%까지 올라섰다가 2020년 8.6%, 2021년 6.9%, 지난해 6.5%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사회공헌에 대한 정의와 범위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과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중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은행의 비중이) 작지 않다”면서 “국내 기업은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을 3~4%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은 1%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규모가 금융 당국의 성에 찰지는 미지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초 “(은행들이) 성과급 대비 사회공헌이 부족하다”면서 “은행 수익 중 3분의 1은 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공헌활동 세분화…'고객 돈’ 휴면예금으로 사회공헌 지적은 여전
은행연합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기존 6대 활동분야를 총 24개 세부항목으로 분류해 각 항목에 대한 지원 및 활동 금액을 발표했다. 또, 각 항목별로 표준화된 집계 기준을 마련하고, 주거래 약정 등 조건부 후원 활동과 같이 영리활동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는 활동은 실적 집계에서 제외해 사회공헌활동 실적의 신뢰도를 제고했다. 또, 은행별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을 장려하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정성적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보고서에 ‘상생금융 및 추가 활동’ 섹션을 추가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운영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에서 제시했던 은행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개선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번 보고서 개편·발간을 계기로 은행 사회공헌활동 실적의 투명성 및 효용성이 제고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은행권의 다양한 사회적 책임 이행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은행들이 각 은행별 중장기 방향성에 따라 특색 있는 사회적 책임 이행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회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연합회는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측정하는 데 있어 금융 당국이 앞서 제시한 휴면예금 측정 제외 등은 추진하지 않았다.
당국은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이 서민금융지원금으로 분류돼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실적으로 포함되는 것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진행된 TF 관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휴면예금, 장애인고용부담금, 영리행위 관련 사항 등 사회공헌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거나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는 항목들을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는 휴면예금을 사회공헌활동 실적으로 포함한 데 대해 “은행이 자발적으로 휴면예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여 공익 목적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점에서 사회공헌 활동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휴면예금 출연은 법적 의무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며 출연 여부는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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