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돌에 맞아 피투성이…프랑스 축구, 원정팬 버스 테러 → 리옹 경기 취소

▲ 마르세유 팬이 던진 돌에 맞아 출혈을 보인 리옹의 그로소 감독 ⓒ 레키프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아무리 라이벌전이라도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리그앙 최대 라이벌인 올림피크 리옹과 올림피크 마르세유가 30일(한국시간) 2023-24시즌 리그 10라운드를 통해 맞붙었다.

두 팀의 경쟁 심리는 상당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라이벌인 두 팀의 대결을 두고 '쇼크 데 올림피크'라 불린다. 그만큼 치열하고 폭력적이다.

결국 일이 터졌다. '레키프'와 'BBC'는 여러 외신을 종합하면 마르세유 팬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리옹 선수단 버스를 향해 돌을 던졌다. 단순히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유리창을 깨고 타격하려는 의도였다.

▲ 마르세유 팬이 던진 돌에 맞아 출혈을 보인 리옹의 그로소 감독 ⓒ 레키프

이들이 던진 돌에 리옹 버스는 산산조각이 났다. 하필 근처에 자리했던 파비오 그로소 리옹 감독과 라파엘레 롱고 코치가 다쳤다. 그로소 감독의 경우 돌은 물론 유리 파편이 얼굴에 박히고 이후 더 날아든 맥주병에도 맞았다.

그로소 감독의 얼굴에 출혈이 난자했다. 어지럼증을 호소해 급히 누워야 했던 그로소 감독은 한쪽 눈을 붕대로 감는 응급처치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그로소 감독은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그로소 감독을 확인한 리옹의 존 텍스터 구단주는 "그로소 감독은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사건에 우리는 매우 화가 났다"라고 했다.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감독과 코치가 다치고 버스까지 파손돼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선수단 뿐만 아니라 리옹 팬들이 탄 원정 버스까지 공격 대상이 돼 경기장 안에 들어갈 경우 더 큰 일로 벌어질 우려가 컸다.

▲ 마르세유 팬이 던진 돌에 맞아 출혈을 보인 리옹의 그로소 감독 ⓒ 레키프

이에 리그앙은 킥오프 불과 몇 분 전에 두 팀의 경기를 취소했다. 프랑수아 프텍시에 주심은 "리옹 스태프의 부상과 관련한 의사를 고려해 경기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리옹은 경기 진행을 원치 않았다. 당국에도 이 사안을 전달했다. 후속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리옹은 공식적으로 "매년 마르세유 원정 경기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유감스럽다. 이번에도 우리 서포터가 탄 6대의 버스도 표적이 됐었다"며 "더 심각한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재발 방지를 요청한다. 이번 사건으로 버스에 함께 있던 선수들은 폭력성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규탄했다.

이와 관련해 마르세유도 "그로소 감독의 회복을 바란다. 몇몇 어리석은 팬의 행동으로 6만 5천명의 많은 축구팬이 축구를 관람할 수 없게 됐다. 이런 폭력적인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동조했다.

▲ 마르세유 팬이 던진 돌에 맞아 유리창이 파손된 리옹 선수단 버스 ⓒ BBC

리그앙은 긴급 회의를 열고 "대회 규정 544조를 적용해 이번 경기 진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마르세유는 "가능한 한 최상의 조건에서 빨리 열릴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리옹의 성명처럼 두 팀이 붙는 경기가 과열된 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양팀 팬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해 17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3년 전에도 경기 도중 리옹 팬들이 마르세유의 디미트리 파예에게 물병을 던져 한동안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파예는 전반 4분 만에 난폭한 관중 때문에 쓰러졌다. 코너킥을 준비하기 위해 코너 플랫으로 다가가자 리옹 팬이 던진 물병에 맞았다. 마르세유 선수들은 파예를 둘러싸 더 큰 투척과 공격을 막았고 "그만하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결국 경기는 2시간가량 중지됐고, 그날 재개되지 않았다.

▲ 마르세유 팬이 던진 돌에 맞아 유리창이 파손된 리옹 선수단 버스 ⓒ 레키프

프랑스 축구계의 관중 소요 사태는 자주 일어난다. 2021년 니스와 마르세유의 경기에서도 관중들이 펜스를 넘어오는 행패를 보였다. 이를 막으려다 감독과 선수들이 팬에게 목을 졸리기도 했다. 당시 경기를 주관했던 홈팀 니스는 승점 1점 삭감과 3경기 무관중 징계를 받아야 했다.

파예에게 물병을 던졌던 팬들의 경우 프랑스 법원이 5년간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당시 리옹 형사법원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용의자들은 경기장 출입을 금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강인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맹도 지난 시즌 난폭한 프랑스 축구팬으로 인해 고생했었다. 네이마르의 경우 경기마다 수많은 이물질에 맞았고, 리오넬 메시 역시 팬들의 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 마르세유 팬이 던진 돌에 맞아 유리창이 파손된 리옹 선수단 버스 ⓒ 레키프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충격을 주는 건 추악한 사건이 일찌감치 조짐이 보였다는 점이다. 레키프는 "마르세유 팬들은 한 달 전에도 리옹의 파블로 롱고리아 전 회장과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전 감독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로 7명가량 체포됐다. 또 다시 벌어진 축구장에서의 관중 소요 사건에 아멜리에 카스테라 프랑스 스포츠 장관은 "경기 전 상대팀 감독의 얼굴이 피 범벅이 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대응을 촉구했다.

프랑스 축구가 폭력에 신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상대를 다치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당국도 갈수록 폭력 사태로 격화되는 분위기를 우려해 강한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마르세유 팬이 던진 돌에 맞아 유리창이 파손된 리옹 선수단 버스 ⓒ 레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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