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장 “이스라엘 지원안 먼저 처리”…우크라이나 지원 밀리나

마이크 존슨 미국 신임 하원의장이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패키지’ 지원을 담은 예산안에서 이스라엘 지원안만 떼어내 따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미국의 대외 군사지원 우선순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스라엘로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존슨 미국 신임 하원의장이 2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유대인 연합 지도자 연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슨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주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 별도의 예산 법안을 하원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다뤄야 하는 많은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일이야말로 긴급한 주목을 필요로 한다”면서 “따라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분리해 (이스라엘 지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말했다.

하원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143억 달러)보다 좀더 많은 금액인 145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의 경우 지난 26일 로저 마셜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존슨 의장의 언급대로라면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군사 지원 등을 묶어 의회에 요청한 10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안이 원안 그대로 하원을 통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미국이 ‘두 개의 전선’에 동시 대응할 능력이 있다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도 힘을 잃게 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미국의 약속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존슨 의장을 비롯해 상당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존슨 의장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어느 시점에 승인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존슨 의장은 내달 중순 만료되는 임시예산안과 관련,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시예산안 만료 시점까지 협상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임시책을 모색할 것”이라고도 했다. 본예산안 협상을 마무리지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임시예산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