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 1년… 이제는 정치권이 책임 실천할 때[현장에서]

전수한 기자 2023. 10. 30. 12: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9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작은 이태원역'이 있었다.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골목이 있던 이태원역을 모형으로 만든 곳이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한 줄 서기를 하며 질서정연하게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지난 주말 서울 곳곳에서 열린 각종 추모 행사와 핼러윈 축제도 안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현장에서

지난 29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작은 이태원역’이 있었다.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골목이 있던 이태원역을 모형으로 만든 곳이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한 줄 서기를 하며 질서정연하게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인파가 희생자의 넋을 기렸지만 작은 사고도 없었다. 지난 주말 서울 곳곳에서 열린 각종 추모 행사와 핼러윈 축제도 안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1년 전 참사로부터 얻은 교훈 덕분이었다.

그런데 정치권만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핼러윈 참사 후 여야는 부랴부랴 안전 관련 법안 48건을 쏟아냈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1건뿐이다. 여야는 서로 ‘조건’을 붙여 관련 법 처리를 늦추고 있다. 앞다퉈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서로를 공격하기 바빴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엔 참석하더니 왜 핼러윈 추모식에는 오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측은 “사실상 야권이 주도하는 정치집회”라며 추모대회에 불참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 일부 여당 인사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참사가 정쟁의 희생양이 되면서 ‘반쪽짜리’ 추모가 된 것이다.

생존자 이주현 씨는 그 자리에 있던 정치인들을 겨냥한 듯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살아남아) 운이 좋다고 한다”며 “그럼 159명은 운 나빠서 죽어야 했나. 이게 운으로 생사가 갈려야 했던 일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국민의 생사가 운으로 갈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법과 제도를 통해 안전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것이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서울광장 ‘작은 이태원역’ 벽에 붙은 한 포스트잇이다. 지켜주지 못해, 혼자만 살아나와, 아직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보냈다. 이제는 정치권이 미안함을 실천할 때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