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인들 이집트 시나이로 강제 이주' 계획 몰래 세웠다

권영미 기자 2023. 10. 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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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부 문서 유출…새 도시 건설 후 보안구역 설정
'하마스 때문에 땅 잃었고 알라의 뜻이었다'는 심리전술도 계획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공습 이후, 생필품을 챙겨서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쪽 주민들에게 24시간 내로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통보하면서, 이스라엘 군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시작한 가운데, 전쟁이 마무리되면 가자 주민들을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담은 문서가 유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문서는 10쪽짜리로, 이스라엘 정보부가 작성한 것이었다.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잡지 메코비트는 10월13일 작성된 한 정부 문서를 입수했다면서, 해당 문서에는 현재의 전쟁이 끝날 때를 대비해 가자 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미래에 관한 세 가지 시나리오가 담겼고 그 중 이스라엘 정부가 선호하는 옵션은 시나이 북부 이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문서는 이스라엘이 전쟁 중에 230만 가자 주민을 시나이 반도로 대피시키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나이 북부에 텐트 도시와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 다음, 이집트 내부 수 킬로미터에 걸쳐 폐쇄된 보안 구역을 만들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국경 인근 어떤 지역으로도 돌아갈 수 없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정보부 관계자는 이 문서가 진짜라고 확인해주면서 "언론에 공개하려는 문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우익 활동가에 따르면 정보부 문서는 리쿠드 당원에 의해 유출됐다. 문서를 유출한 것은 "이스라엘 대중이 가자지구로부터의 팔레스타인인 이전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아보려는 시도였다고 전했다.

문서는 이 계획이 이뤄지기 위한 세부 사항도 정해주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가자 지구의 인구를 가자 남부로 강제 이주시켜야 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은 가자 북부의 목표물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스라엘 군대의 가자 지구 진입이 시작되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지구 전체를 점령하고 "하마스 전사들의 지하 벙커를 청소"하게 된다.

가자지구가 점령됨과 동시에 가자지구 시민들은 이집트 영토로 이주할 것이며 영구적으로 귀국하는 것이 금지된다.

문서에는 "라파 방향으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남쪽 방향의 교통 차선을 사용할 수 있게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심리적 전략도 기술되어 있다. 문서는 가자 사람들이 “계획에 동의하도록” “동기 부여”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땅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용 캠페인을 시작할 것을 권장했다. 또 가자 사람들이 “하마스의 리더십 때문에 이 땅을 잃게 되었으며 무슬림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이를 알라신이 확인한 것으로 믿게 해야 한다”고 문서에 적혀 있다.

이집트가 난민을 받아들이게 할 방법도 써 있었다. 미국이 이집트에 압력을 가하고 그리스 스페인 캐나다 등의 국가들도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정착을 돕도록 미국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문서 유출 후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런 계획은 있었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에 대한 초기 생각들일 뿐이고 전쟁에 초점을 맞춘 후부터는 이 대안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문서를 폭로한 이스라엘 매체는 가자 남쪽으로 이주하라는 수차례의 경고같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의 성명과 이스라엘 군대의 행동을 보면 이 계획이 실제로 실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문서에 쓰인 다른 두 옵션은 가자 지구의 통제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갖게 하는 것 등이었지만 이스라엘 공격 억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평가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2023.10.15/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한편 이집트는 이 문서 공개 전부터 가자인들을 시나이반도로 이주시키려는 시도임을 알고 이를 거부했다. 지난 18일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스라엘이) 단순히 하마스에 맞서 군사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들이 피난처를 찾고 이집트로 이주하도록 강요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이 가자에서는 이집트로, 서안지구에서는 요르단으로 팔레스타인을 이주시키려는 것이라면서 "만약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려는 생각이 있다면 이스라엘의 네게브 사막이 잠재적인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에서 시나이로 옮기는 것은 가자지구의 저항과 투쟁 개념을 시나이로 옮기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되면 전장만 가자에서 시나이로 바뀐 것이 된다는 의미다.

그는 "시나이가 이스라엘에 대한 작전을 개시하기 위한 (하마스의) 기지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이 시나이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이집트가 전쟁터가 될 것을 우려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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