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또사업자 돌연교체 알고보니…조달청, 허위서류 확인 못해

[레이더P]
심사과정서 허위내용 적발 못해
서약서만 보고 사실 전제 평가
우선협상자 선정 후 재교체 촌극
서영교 “서류실사 절차 마련해야”

서울 시내 한 로또 판매점에 줄지어 서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로또·즉석복권 등 복권사업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하는 복권수탁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가 올해 초 돌연 교체된 배경에는 허위서류를 확인할 수 없는 조달청의 심사 체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달청은 복권수탁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조달청은 ‘행복복권’을 지난 1월에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복권수탁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한 달 만인 지난 2월 우선협상대상자를 돌연 ‘동행복권’으로 변경했다. 복권사업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애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행복복권의 제안서 허위사실을 적발해 조달청에 조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당시 복권위원회가 금융위원회 등 15개 정부 기관에 행복복권에 대한 과징금 부과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행복복권 구성원 1개사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한 과징금 부과 사실을 확인해 통보했다고 한다. 또한 행복복권 공동대표 예정자의 경력 사항에서도 허위기재 사실이 확인됐다.

조달청이 이같은 허위사실들을 서류 심사 과정에서 적발해내지 못한 것은 수많은 발주기관의 요청을 받아 평가를 진행하는 현행 제도상 수많은 제안 내용을 관계기관 사실조회 등을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청은 “평가위원은 제안 업체가 제출한 서약서에 따라 제안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평가한다”며 “복권수탁사업자와 같은 큰 사업의 경우 사업설명회를 열어 허위기재에 따른 제재 조치 등을 각별히 주의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민적 관심이 높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는 복권 사업이 허위 서류를 제출한 업체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넘어간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연간 복권판매액은 지난해 6조4293억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복권위원회도 복권수탁사업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년 9월 즉석복권에서 실물복권 당첨과 시스템상 당첨이 불일치하는 사고가 발생해 동행복권은 복권 20만장을 특정해 시중에서 회수했다. 복권위는 당시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동행복권에 벌금 500만원과 복권 20만장 인쇄비용 등 52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부과하는데 그쳤다.

서 의원은 “기재부와 조달청은 최초 선정과정에서부터 서류 실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많은 국민이 보고 있는 만큼 복권 사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