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 600억 원 체불, 그런데 회장님 연봉은 77억 원?

배지현 2023. 10. 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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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7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임금 600억 원을 체불하고, 70억 원대 보수를 받아간 회장님이 있습니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 옛 대우전자의 후신인 위니아 전자 등이 속해있는 대유 위니아 그룹의 얘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좀 더 깊게 들여다봅니다.

■ 1,714명의 체불 피해자…"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느낌"


임금 체불은 (주)위니아와 위니아 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세 회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위니아 전자 노조 강용석 위원장은 "월급쟁이들은 한두 달까진 버텨보지만, 월급이 6개월 넘게 안 들어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직원들은 처음엔 대출을 내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자식들 볼 면목이 없다'면서도 아이들 학원비부터 줄였고, 이내 가정이 돌아가지 않자 친구와 가족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처음에 낸 대출을 다시금 연장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회사가 월급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등 사대보험도 9개월째 연체해 신용등급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남승대 (주)위니아 노조 위원장은 "4대보험이 체납되면 사회 활동을 할 수가 없다"면서, "어디가서 돈도 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왔으면, 지금까지 직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안 한 것만 해도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말합니다.

"서서히 말라 죽어가고 있다"는 게 대규모 임금 체불을 감당하고 있는 직원들의 표현입니다.

그런 직원들이 고용부 신고 기준 올해 9월까지 1,714명에 달합니다.

강용석 위원장 / 위니아 전자 노동조합
"임금 체불은 저희가 생각할 때는 사회경제적인 살인과 같은 거다. 결국에는 가정이 파탄 나고. 또 길어지면은 가정 해체되는 그런 과정으로 흘러간다는 걸 깊이 느꼈고…"

이유는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현재(27일 기준) 대유 위니아 그룹의 가전사업 부문(▲(주)위니아 ▲위니아 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대유플러스 ▲위니아AID)은 줄줄이 법정 관리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회사가 어려우면 월급 못주는 일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 그런데 지난해 회장님 연봉은 77억 원

경영난에 직원들 임금 체불이 시작되고 회사가 휘청이던 지난해, 박영우 회장은 총 77억 가량의 보수를 상장사로부터 챙겼습니다.

특히 현 시점에서 모두 법정관리 신청을 한 가전사업 부문(▲(주)위니아 ▲위니아 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대유플러스 ▲위니아AID) 중에서도 (주)위니아에서 10억, 대유플러스에서 6억 9천1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주)위니아의 공시 자료를 보면, 회사 전체에서 5억 이상의 보수를 받아간 사람은 박 회장 1명 뿐입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여는'의 장석우 변호사는 "위니아 전자 등 공시되지 않은 비상장사에서 받아간 보수까지 하면 70억 원대 보다 더 많은 돈을 회장이 가져갔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사측에 물었습니다.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문제가 있는 전자계열사와 무관한 곳에서 받아간 돈"이라고 답했습니다. 전자 계열사는 법정관리중이지만, 장사가 잘 되는 다른 기업들이 있으니 그 곳에서 받아가 문제 없다는 취지입니다.

일단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습니다. 위 연봉 목록에서 보듯, 박 회장은 위니아와 대유 플러스와 같이 문제가 된 회사나 그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에서도 17억 원 정도의 연봉을 수령했습니다.

또 하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 연봉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미등기 회장님'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제109조(벌칙)
① …제43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 체불하면 처벌한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박 회장은 무관합니다.

최소 70억 원대 이상의 보수를 받아간 그룹의 수장이 임금 체불에 대한 법적 책임은 면한 이유, 등기 이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적 책임은 '사용자'가 지는데, 이 사용자는 '등기이사'에 한합니다. 가장 많은 돈을 받아가는 그룹의 오너지만, '등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처벌을 피하는 '꼼수'를 쓰는 겁니다.

참고로, 박 회장 대신, 위니아 전자의 대표이사가 지난 9월 임금 체불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위니아 전자 노조 측은 "실무자들이 회장에 직보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서, "대표 이사는 월급쟁이 바지 사장일 뿐 아무런 힘이 없고, 투자 등 돈을 쓰는 모든 결정은 비서실과 회장을 통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거대한 임금 체납과 회장님의 고액연봉, 그리고 책임 면제...이상한 일의 연속입니다.

취재진으로선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회장님 한 분이 경영하는 그룹 안에서 '한 갈래'의 회사는 파산해 법정관리로 갔는데, 나머지 회사는 계속 잘 영업할 수 있는지 이상했습니다. 대체 '파산해 법정관리로 가는 회사'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무책임한 경영·이상한 투자"

법정관리중인 (주) 위니아는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합니다. 지난해 김치냉장고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 40%(자체 공시 기준)로 삼성·LG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역시 법정관리중인 위니아 전자는 대우전자가 그 뿌리입니다. '클라쎄' 브랜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판매하는 (주)위니아 보다도 덩치가 큰 기업입니다.

이 회사들은 대유그룹에 인수되기 전과 인수 직후에는 실적이 괜찮았습니다. 심지어 위니아는 위에서 언급했듯 지난해에도 국내 실적은 좋았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측이 국회에 제출한 박영우 회장의 17일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 COVID-19 사태 및 인플레이션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회사의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불출석 사유서에서는 "2018년과 대비해 2022년 매출은 80% 감소했다"면서, "회사는 체불임금 변제를 위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으나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너무나도 엄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체불을 겪는 직원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경영실패 사례를 열거합니다. 정리하면 "무책임 경영"과 "이상한 투자"입니다.

1. 우선 꼽는 것은 '대우'라는 브랜드 포기 입니다.

해외에선 여전히 '대우'라는 브랜드가 힘이 있습니다. 그 힘으로 해외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던 위니아 전자는, '대우' 상표권 사용 협상에 실패하면서 해외 매출이 급감하게 됩니다. (이 대우 상표권은 위니아가 포기한 뒤, 해외의 회사들이 사간 상태입니다.)

2. 이어진 이상한 투자

또 강 위원장은 "회사는 분명 돈이 없다고 하는데 이상한 투자가 계속됐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강용석 위원장 / 위니아 전자 노조
미국 뉴저지에 빌딩을 샀어요. 삼천 백만 불에. 그리고 돈이 없다고 하면서 남양 유업을 인수하려고 계약금을 320억 납입을 시킵니다. 결국에 지금 그 돈 못 받아서 소송 붙어 있거든요. 또 성남에 21층짜리 건물을 지었습니다.

3. 못 돌려받은 남양유업 인수자금

또 21년도 11월에남양유업 인수전 자금도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인수 계약이 틀어지면서 계약금조로 넣어놓은 320억 원을 현재까지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2년 준공된 성남 사옥


4. 뉴저지에 산 빌딩

게다가 지난해 2월에는 '위니아아메리카유한회사'가 미국 뉴저지의 대형 빌딩을 3천100만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위니아아메리카유한회사'는 간판일 뿐, 실제 건물을 매입한 돈은 위니아 전자의 자회사였던 '위니아대우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 등으로부터 끌어다 썼습니다.

즉 '코로나 19와 인플레이션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회사가 휘청이는 시점에, 경영진은 미국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겁니다.

또한, 2022년 2월 준공된 성남 신사옥과 위니아 전자 멕시코 공장, (주)위니아 태국 공장 등도 노조 측에선 무리한 투자로 꼽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요인에 의해 타격을 입긴 했지만, 임금체불을 겪는 직원들은 회사가 이렇게까지 망가져버린 책임이 경영진의 "무책임한 경영"과 "이상한 투자"에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 책임 추궁은 가능할까?

사실 박 회장은 이러고도 국회가 부르자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박 회장은 지난 24일 아침에도 걸어서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연관 기사]‘임금 600억 원 체불’ 책임 피해간 위니아 회장, 국감도 패싱?/10월 25일 KBS 뉴스9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589194?sid=102


지난주 보도를 했고, 박 회장은 다음날에는 출석을 했습니다. '체불 임금 우선 변제'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진의는 확실치 않습니다.

'체불 임금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는 정의당 이은주 의원의 질문에 박 회장은 "300억원 대"라고 답하는 등, 체불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고용부가 파악하는 신고 금액만 600억 원이 넘습니다.)

'언제까지 어떻게 해결할지’ 묻는 정의당 이은주 의원의 질문에는 “골프장이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에 매각이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대유 몽베르CC를 3천5백억~4천억 원 정도에 매각할 수 있을 걸로 본다는 것이죠. 성남 사옥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은 체불임금 변제에 최우선으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늦었지만 환영합니다. 다만 단번에 변제할 능력이 있으면서 왜 일년 넘게 변제를 미뤄온 것인지, 그리고 그동안 직원들이 겪어온 "서서히 말라죽어 가는 듯한 고통"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간 1,700여 노동자들의 소중한 일터는 어떻게 회생시킬지에 대한 답도 듣고 싶습니다. 한 해 70억 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시는 그룹의 수장이시니 이 또한 책임있게 답해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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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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