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체로~ 빈체로” 오페라 도중 앙코르? 이용훈의 특별한 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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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공연 도중 성악가가 같은 곡을 두 차례 연거푸 부른다면? 오페라 공연에선 아주 드물지만 이런 일도 일어난다.
지난 2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공연 진행 중간에 앙코르가 흘러나왔다.
오페라 애호가들도 공연 도중 앙코르는 처음 봤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용훈도 지난 26일 첫 공연에선 공연 도중 앙코르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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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공연 도중 성악가가 같은 곡을 두 차례 연거푸 부른다면? 오페라 공연에선 아주 드물지만 이런 일도 일어난다. 지난 2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공연 진행 중간에 앙코르가 흘러나왔다.
세계 오페라 극장을 누비는 ‘월클(월드 클래스) 테너’ 이용훈(50)의 국내 데뷔 무대여서 이번 공연은 개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칼라프 역을 맡은 그가 3막 앞부분에 나오는 그 유명한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를 어떻게 부를지 궁금해하는 관객이 많았다. 국내에선 ‘공주는 잠 못 이루고’란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테너 아리아 최고의 ‘히트곡’이다.
“빈체로, 빈체로!” 승리를 다짐하는 이용훈의 고음이 객석으로 쭉 뻗어 나왔다. 성량이 압도적이었다. 3천석을 꽉 채운 객석에서 브라보,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도 우레 같았다. 관객의 환호가 끝없이 이어지자 이용훈은 씽긋 웃으며 지휘자에게 짧은 신호를 보냈다. 방금 부른 그 노래를 그가 다시 불렀고, 오케스트라도 준비한 듯 척척 호흡을 맞췄다.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진귀한 장면을 접한 관객들은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도중 앙코르는 2004년 소프라노 조수미의 국내 오페라 무대 데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조수미와 호흡을 맞춘 이탈리아의 전설적 바리톤 레오 누치(81)가 ‘가신들, 이 천벌 받을 놈들아’란 격정적인 아리아를 연이어 노래했다. 물론, 끝없이 이어진 관객의 앙코르 요청에 대한 화답이었다. 누치는 리골레토 역을 500회 이상 맡아 역사상 가장 많은 리골레토 공연 기록을 보유한 성악가다.
아리아를 두 차례 반복해 부르는 일은 성악가에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이 끝났다면 몰라도 아직 불러야 할 노래들이 남았는데 목에 무리가 가는 앙코르를 한다는 건 관객에 대한 특별 서비스에 가깝다. 오페라 애호가들도 공연 도중 앙코르는 처음 봤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용훈도 지난 26일 첫 공연에선 공연 도중 앙코르를 하지 않았다. 28일 공연이 한 차례 더 남아 있었기에 목을 아껴야 했을 것이다.
그에게도 이번 무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26일 첫 공연이 끝나고 “20년 동안 기다렸던 국내 데뷔 무대라 그 어떤 외국 무대보다 긴장되고 떨렸다”며 “한국 관객을 만나 설레고 뿌듯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등에서 칼라프 역을 맡는 등 이 배역만 110차례 이상 소화했지만 정작 한국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무대와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리허설 도중 기자들과 만난 그는 “외국에서는 3~5년 전부터 미리 제안하고 계획을 잡는데, 한국에서는 1년 전에 연락하거나 급할 때는 ‘다음 달 공연이 있다’고 연락하기도 한다”며 “다행히 이번에는 모든 조건과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8월 예술의전당에서도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에 출연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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