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는 뒤떨어져 있다" 맨시티에 0-3 완패, 레전드 앞에서 "최악의 날" 좌절

조용운 기자 2023. 10. 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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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안방에서 무너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0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0-3으로 크게 패했다.

홈에서는 다를 것이라던 전망이 산산조각 났다. 올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다. 맨체스터 더비는 2010년대 맨체스터 시티가 오일머니를 등에 업으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이 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도전자가 된 형국이다.

올 시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상당히 어수선하다. 시즌 내내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다. 오죽하면 이달 초 에릭 텐 하흐 감독의 경질 이야기가 서서히 들리기도 한다. 아직은 감독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텐 하흐 감독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1억 7900만 파운드(약 2941억 원)를 쓰고도 성적이 신통치 않아 비판이 점점 거세지는 단계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일부분 면죄부는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보여줬듯이 부상 병동에 시달리고 있다. 루크 쇼를 비롯해 수비쪽에서 온전한 수비 구성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안토니가 개인 사정으로 집중하지 못하는 중이고 제이든 산초의 반기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렇다보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서로 1승씩 나눠가지며 더비전다운 박빙의 모습을 보여줬다. 라이벌전은 전력과 흐름에 상관없이 전의를 앞세워 맞붙기에 어디든 승리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런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 순위가 말해주듯이 맨체스터 시티가 더 강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원정을 떠나와서도 엘링 홀란드의 멀티골 활약을 앞세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폭격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결국 맨체스터 시티가 3-0으로 크게 이겼다. 이를 통해 8승 2패 승점 24점을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는 선두 토트넘 홋스퍼(승점 26점)와 2점 차이를 유지했다. 반대로 안방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승 5패 승점 15점에 불과해 8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수비 쪽에 부상자가 쏠리다보니 베스트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고심 끝에 라스무스 호일룬을 최전방에 두고 마커스 래시포드, 스콧 맥토미니,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2선을 구축했다. 3선에는 소피앙 암라바트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섰다. 문제의 포백에는 빅토르 린델뢰프, 조니 에반스, 해리 매과이어, 지오구 달롯으로 구성했다. 골문은 안드레 오나나에게 맡겼다.

반대로 징계자가 돌아온 맨체스터 시티는 베스트에 가까웠다. 맨체스터 시티는 홀란드를 중심으로 잭 그릴리쉬, 훌리안 알바레스, 필 포든, 베르나르두 실바, 로드리, 요슈코 그바르디올, 존 스톤스, 후벵 디아스, 카일 워커, 에데르송 골키퍼로 베스트 일레븐을 완성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더비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맨체스터 시티로 기울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전후반 90분 동안 볼 점유율은 39.5%-60.5%로 맨체스터 시티의 우세였고, 전체 슈팅수(7-21), 코너킥(7-12) 등 여러 수치에서 더블 스코어가 그려졌다.

킥오프 직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맥토미니가 첫 슈팅으로 포문을 열기도 했으나 이내 분위기가 넘어갔다. 맨체스터 시티의 폭격은 전반 8분 로드리의 크로스를 워커의 머리를 거쳐 포든이 헤더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본격화됐다.

맨체스터 시티의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20분에는 코너킥을 짧게 처리한 볼을 받은 그릴리쉬가 절묘하게 감아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오나나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계속 막을 수는 없었다. 전반 24분 세트피스 수비 과정에서 호일룬이 로드리를 붙잡고 넘어뜨렸다. 비디오 판독(VAR)이 이어졌고, 주심이 온 필드 리뷰를 한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홀란드가 나섰다. 오나나는 홀란드의 킥을 예측하지 못하고 반대로 뛰었다.

선제 실점을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빠르게 따라붙을 기회가 있었다. 전반 31분 포든의 패스 미스를 틈타 호일룬이 에데르송 골키퍼까지 제쳤다. 동점골이 기대됐으나 터치가 조금 길었다. 호일룬은 쇄도하는 페르난데스를 봤다. 패스는 잘 연결됐지만 페르난데스의 슈팅이 골문을 훌쩍 넘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계속 수세에 몰렸다. 전반 38분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알바레스가 정확하게 처리했는데 오나나 골키퍼 펀칭 덕에 안도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전반 추가시간 양팀 다 득점할 찬스를 연출했다. 래시포드에 크로스를 맥토미니가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에데르송 골키퍼 선방에 아쉬움을 삼켰다. 맨체스터 시티도 홀란드가 문전에서 골과 다름없는 헤더를 했으나 오나나 골키퍼가 몸을 날리면서 차단했다.

그렇게 맨체스터 시티가 1-0으로 앞선 채 전반이 끝났다. 하프타임에 변화가 필요한 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예상대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암라바트 대신 메이슨 마운트를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주는 걸 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장에서는 동점골을 노린 선택이었다. 반대로 추가 실점을 하면 더 부담이 될 수 있는 전술 변화였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전반 막바지 헤더가 막혔던 홀란드가 두 번 실수는 하지 않았다. 후반 4분 홀란드는 실바가 올려준 크로스를 헤더골로 연결했다. 전개도 맨체스터 시티다웠다. 대각 패스로 그릴리쉬가 볼을 잡았고, 옆으로 침투하는 실바에게 패스했다. 실바는 문전으로 크게 크로스를 붙여 홀란드가 무리없이 머리를 갖다대게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 흐르듯 연결되는 맨체스터 시티에 골문이 또 열렸다. 무게추가 더 기울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뒤로 계속 물러났다. 그럴수록 맨체스터 시티의 공세가 더 이어졌다. 후반 12분 그릴리쉬의 감아차기 슈팅과 18분 알바레스의 중거리 슈팅 모두 위협적이었다.

수비하기 급급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24분 에릭센의 절묘한 로빙 패스에 이은 래시포드의 가슴 트래핑 후 슈팅으로 반전을 모색했으나 정확도가 부족했다. 유효 슈팅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찬스를 놓친 뒤에는 홀란드에게 해트트릭을 헌납할 뻔도 했다. 2분 뒤 그릴리쉬의 패스를 받은 홀란드가 오나나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키를 넘겨보려 했으나 오나나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해트트릭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교체 카드를 고민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28분 호일룬과 린델뢰프를 불러들이고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세르히오 레길론을 투입했다. 교체로 잠깐 어수선한 사이 그릴리쉬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도는 길게 가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 35분 기어코 한 골 더 터뜨렸다. 로드리가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오나나 골키퍼 손 맞고 나오자 홀란드가 쇄도했다. 리바운드 슈팅을 예상했으나 홀란드는 더 좋은 위치의 포든에게 패스, 세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3-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앙토니 마르시알, 안토니까지 들여보내면서 영패를 면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이에 맞춰 맨체스터 시티는 마테오 코바시치, 제레미 도쿠로 응수했다.

반전은 없었다. 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안토니와 페르난데스가 경고만 받았을 뿐 골은 뽑지 못했다. 그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3-0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후스코어드닷컴의 평가는 솔직했다. 팀 평점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7.41을 받은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6.10에 불과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2골 1도움을 기록한 홀란드가 8.7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실바(8.3), 로드리(8.2) 순이었다. 중원에서 완전히 지배했다는 의미다.

적지에서 완벽한 승리를 챙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꼭 안방 같이 편안한 듯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항상 좋은 느낌이 든다"라고 웃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맥토미니가 6.9로 분전했을 뿐 대체로 6점대 초반이 많았다. 심지어 에릭센(5.8)과 에반스(5.6)의 평점은 처참했다.

홈에서 큰 패배를 당한 텐 하흐 감독은 "우리는 하나로 뛰고 있다. 이 시기를 조금만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총평했다. 그러나 이번 패배가 꽤나 아픈지 "최악의 날"이라고 빼놓지 않았다.

텐 하흐 감독은 "전반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 잘 했다. 그런데 페널티킥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그리고 두 번째 실점도 우리의 실수였다. 공격적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0-2로 벌어졌고 그때부터 어려워졌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두 팀의 격차를 실감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팀 출신의 레전드인 로이 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해 레벨이 크게 밀린다. 기술, 전술적으로 너무 뒤떨어져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구나 이번 경기는 팀 최고 레전드인 바비 찰튼의 별세를 추모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여러 레전드가 참석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했다. 박지성도 이날 올드 트래포드를 찾아 응원했지만 친정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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