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의 혁신위,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지경 [핫이슈]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내놓은 대사면을 놓고 국민의힘은 오히려 내홍을 겪는 수준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한 이런 식의 접근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며 반대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며 반발했다. 하태경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에 손을 내밀어 연합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웅 의원은 이준석 사면은 ‘내부 총질’, ‘해당행위’라면서 당 전체가 혼란스럽다. 김 의원은 “기존에 했던 중징계 모의는 어찌할 것이고, 그 수많은 업보와 폭언들은 어찌할 것인가”라며 사면하면 당에 원칙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당내 의원들 입장이 달라서야 대사면 취지인 화합이 어떻게 되겠나. 분란의 불쏘시개가 될 뿐이다. 문제는 자기들끼리 사면하고 화합한다고 한들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자기들끼리 징계할 때는 언제고, 사면은 또 저렇게 쉽게 하는가 하며 원칙없는 당무 집행에 실망할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양두구육’ 발언과 성 상납 의혹으로, 홍준표 시장은 ‘폭우 골프’ 발언으로,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 제주 4·3 사건 발언 등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들의 발언과 행위는 당내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는데 사면을 통해 그것을 다시 묵인하고 넘어가자는 것인가. 성상납 의혹이나 폭우 중 골프를 치고도 떳떳하다며 소리쳤던 행태를 용서하자는 것인지 국민은 되물을 것이다. 대사면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열과 소음을 낳을 뿐만 아니라 과거 스스로 지적한 잘못을 정치적 목표(예컨대 총선 승리)를 위해 쉽게 받아주는 행태가 국민에게는 꼴불견으로 비칠 수 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의 스타 의원들의 서울 험지 출마론를 꺼냈는데 이게 당론으로 채택될지 여부를 떠나 이걸 갖고 얼마나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 치고받고 싸울지를 생각하면 더 아득하다. 결국엔 당 지도부가 솔선을 보이는 방법 밖에 없다. 인 위원장이 영남 스타 의원으로 언급한 김기현 당 대표와 주호영 전 원내대표부터 서울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책임을 어물쩍 넘기면서 혁신위에 당내 개혁을 위한 전권을 주겠다고 했으면 서울 출마론을 본인부터 수용하면 된다. 본인 말에 책임을 짐으로써 다른 의원들의 모범이 되는 것이고, 혁신위의 권위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윤상현 의원이 험지가 아니라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폄훼하는 것은 기득권과 구습 타파를 위해 구성된 혁신위의 존재 이유를 까먹는 것이다.
30일에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5.18 광주민주화묘역을 참배한다고 한다. 하지만 곧바로 드는 생각은 왜 저기를 가는가 하는 것이다. 5.18 항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은 합당하나 혁신위 본연의 임무를 감안하면 광주까지 내려가 한나절을 보낼 수 없다. 말 그대로 혁신위라면 기존에 정치인들이 하던 방식과는 달리 가야 한다. 차라리 취업난과 부동산 폭등에 절망한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당 정책에 어떻게 반영하고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를 해소할 방법을 찾는 게 낫다. 자영업자들을 만나 그들의 한숨도 들으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당내에 스며들지 못한 시스템적 오류를 찾아 시정해야 한다. 민심이 당심이 되도록 해서 대통령이 이를 기꺼이 수용하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혁신위의 할 일이다. 당이 전해들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선 혁신위원으로 천하람, 윤희숙 등 알 만한 정치인들이 고사하고, 대다수 무명 인사들의 참여로 빛을 바랬다고 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3명의 정치인을 빼면 나머지 분들은 정치적 지분이 없다. 이들 역시 국민의힘의 변신을 염원해 모인 만큼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보다 창의적이고 한편으론 과격한 목소리도 낼 수 있다. 이렇게 바꾸자고 요구했는데 당내 기득권 세력이 반발해 막힌다면 더이상 혁신위원 활동 못하겠다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위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향후 당에서 무슨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위 활동은 이제 막 첫 발을 뗀 만큼 당분간은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사건건 중간에 ‘감놔라 배놔라’ 해서는 역시나 배는 산으로 가는 법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혁신위가 혁신을 한 기억은 ‘푸른 눈’의 인요한 위원장을 임명한 그 때 뿐이었다는 오명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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