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터지면 끝…마지막 '레드라인' 남겨둔 전쟁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정인설 2023. 10. 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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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지상전, 오일쇼크로 비화하나 / 美증시 주간전망
美·英·日 기준금리 결정...美고용보고서도 주목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이 지상전 시작을 선포했습니다. 제한적 지상전이라고 하지만 이미 가자 북부지역을 일부 장악했습니다. 앞으로 더 큰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민간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전이 아닌 정밀타격전을 선택했습니다. 속도전 대신 순차전으로 선회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마음대로 되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수많은 전쟁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굳어졌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두 개의 전쟁도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게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도 장기전 양상입니다. 둔화는 되고 있지만 그 속도와 정도는 지리멸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쟁으로 비화해 '3차 오일 쇼크'를 몰고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주는 어느 때보다 많은 일정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수가 전쟁에 묻힐 수 있습니다. 또 예상치 못한 메가톤급 사건이 모든 변수를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 레드라인을 주제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지상전이 비극일 수밖에 없는 이유 

사진=EPA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3단계로 전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단계는 공습으로 하마스 인프라를 무너뜨리고 2단계는 지상전으로 하마스 자체를 궤멸하는 것입니다. 3단계는 가자지구에 '친 이스라엘' 정부를 세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단계는 두번째 단계입니다. 온갖 희생이 뒤따르는 데다 말처럼 쉽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의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병원과 학교, 이슬람 사원 등이 하마스의 근거지로 쓰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쓴다"는 의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지상전을 시작하면서 이런 곳에서 "민간인들은 모두 나가라"고 했습니다.

병원이 가장 문제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있는 알 쿠드스 병원 경영진은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으로부터 환자들을 모두 대피시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엔 수백명의 환자와 수천명의 가족들을 받아줄 다른 병원이나 대피소는 없습니다. 

사진=AFP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병원인 알 시파병원은 700개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거나 대피해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 곳에도 하마스가 로켓공격을 이끄는 지휘소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언제 "모두 나가라"고 최후통첩을 할 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이스라엘은 공식적인 논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미 가자지구엔 석유같은 연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습니다. 정상인들도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나 마차로 피난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도하차로 끝난 이스라엘군 지상전 

사진=AP


지상전이 장기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하마스의 거대한 지하땅굴입니다. 

이스라엘군 입장에서 총 500㎞에 달하는 지하 땅굴망을 무력화하려면 공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스펀지 폭탄을 쓴다고는 하지만 일일이 땅굴을 침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하마스 부비트랩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두 차례 지상전을 벌였습니다. 2009년 1월이 첫번째입니다. 한 달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로 로켓탄 선제공격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예비군까지 가자지구에 투입하며 공격 강도를 높인 뒤 1월 18일부로 휴전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400명이 넘었지만 이스라엘 쪽 희생자는 13명에 그쳤습니다.

두 번째 지상전은 2014년 7월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10대 유대인 청소년의 납치·살해 사건 배후로 하마스를 지목한 때입니다. 하마스의 땅굴을 찾아내 파괴하겠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 명분이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그해 8월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서 지상전을 끝냈습니다. 

이번엔 상황과 목표가 다릅니다. 그 때보다 강해진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큽니다. 

'모술 모델' 따르는 이스라엘 

사진=로이터


역사상 최악의 시가전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레닌그라드 전투가 꼽힙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옛 소련군이 맞붙었던 전투입니다. 결과적으로 공격자인 독일군의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두 전투는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오래갔습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1942년 7월17일부터 1943년 2월2일까지 6개월간 지속됐습니다. 레닌그라드 전투는 1941년 9월 8일부터 1944년 1월27일까지 872일간 이어졌습니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최악의 시가전으로 남아있습니다.

미국도 지상전에서 고전을 했습니다.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팔루자에 진입하려던 미군은 대규모 지상공격을 감행했습니다. 희생이 너무 커 일단 철수한 뒤 6개월 후 다시 진격했습니다.

이어 2016년엔 전술을 바꿨습니다. 이슬람국가(IS) 테러 조직에 대응한 국제 연합군이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전을 벌였습니다. 첫 번째는 '팔루자 모델'이요 두 번째는 '모술 모델'로 불립니다. 이스라엘은 '외과 수술' 같은 모술 모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모술 모델의 희생도 큽니다. 3개월을 예상했던 모술 전투는 9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약 10만명이 숨지고 건물 1만3000채가 붕괴됐습니다. 

이스라엘은 실패보다 성공한 역사만 생각하려 합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월 '3차 중동전쟁' 때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차례로 기습공격했습니다. 불과 6일 만에 승리했습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지상에서 50m 높이로 낮게 날면서 이집트 레이더를 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반격입니다. 또 공중전으로 끝나지 않고 지상전을 수반해야 합니다. 

미국과 이란이 참전하면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 편에 서있습니다. 이스라엘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던 2차 세계대전 이후 변함이 없습니다. 당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시온주의 성공을 열망하는 수십만명에게 응답해야 한다"며 "내 유권자 중엔 아랍인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미국 내에 아랍계 유권자들도 많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학 뿐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그런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대인들에게 해줄 만큼 했다"는 '반 유대인' 정서도 어느 때보다 많이 확산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은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사진=AFP


그렇다고 하마스나 팔레스타인에게도 유리한 상황은 아닙니다. 하마스는 일단 기습을 하면 그 다음엔 '반 이스라엘'로 묶인 아랍 국가나 무장 세력들이 참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산발적인 지원만 있을 뿐 기대한 '반 이스라엘' 전선은 뚜렷이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집트와 레바논, 시리아 등은 국내 정치 및 경제 상황 때문에 하마스를 선뜻 돕기 힘든 상황입니다. 

국가 단위로는 거의 이란이 유일한 후보입니다. 이미 이란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경고했습니다. 무장세력 중에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참전 1순위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평화를 중재한 카타르가 예상외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하마스와 같은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이번주 사우디 국방장관을 워싱턴으로 초청했습니다. 

사진=EPA


만약 아랍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전투병 파병은 절대 없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이 공격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되면 '제 5차 중동전쟁'이 되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커집니다. 

애플과 의회가 복병

전쟁 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예상치 못한 복병이 부지기수입니다. 미국 중앙은행(1일)과 영국중앙은행(2일), 일본 중앙은행(31일)이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예상치 못한 발언을 시장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3일에 나오는 미국의 10월 고용보고서도 복병입니다. 시장 예상은 10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이 17만5000명으로 전달의 33만6000명에서 크게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8%로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실업률과 시간당 평균임금은 어느 방향으로 튈 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1일에 나오는 애플의 실적도 불안요소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중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등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직면해 있다"며 "4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완성차 회사들의 노사협상도 관건입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가 노사합의를 하며 안정궤도로 가고 있지만 아직 GM이 타결을 짓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의회의 모습은 이번주에도 재현될 수 있습니다. 공화당 주도의 미 하원은 이스라엘 지원안을 우크라이나 지원안과 분리해 우선 처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두 지원안을 묶어 패키지로 처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 월간 수출(1일)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건 호재입니다. 이밖에 예상못한 희소식이 전쟁 같은 암울한 소식을 덮을 수 있는 한 주가 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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