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와 치매 유병률 증가로 사회적 비용 커져
OECD와 WHO의 지침을 11개 정책 목표로 통합해 국가간 치매관리계획 비교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성수정 교수 연구팀이 G7 국가(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와 한국의 치매 정책을 비교 분석한 연구 두 편을 발표했다. 각각 JAMA Network Open,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유병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저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OECD는 치매 정책과 관련해 10대 핵심목표를, WHO는 국제치매 공동 대응계획을 통해 7가지 실행 영역을 제시하며 ‘국가치매계획(National Dementia Plan)’ 수립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치매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국가가 많고, 치매관리계획은 수립되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국가도 있어, 실효성 있는 국가 치매관리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노하우의 개발과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팀은 국가 치매관리계획을 선도적으로 수립하여 추진 중인 G7 국가들과 한국의 국가치매관리계획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치매관리계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핵심 요건들을 제시하였다. 이번 연구에서 김기웅 교수팀은 WHO의 7가지 실행 영역과 OECD의 10대 핵심목표를 총 11개의 정책목표(예방, 진단, 인식개선, 가족지원, 환경,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통합서비스, 연구와 기술 개발, 정보시스템)로 통합하여 국가간 치매관리계획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 결과, 첫 번째로 치매 예방, 조기진단, 인식개선, 장기요양, 통합서비스 관련 정책들은 국가에 관계없이 잘 갖추어진 반면,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돌봄 관련 정책들은 미비한 국가들이 많았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실질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돌봄 관련 정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정책 목표들이 많았다. 일례로 임종돌봄 관련 정책의 경우,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완화치료 제공, 사전 의료지시서 및 위임장 작성 장려, 가족 지원서비스 등 말기 치매 환자의 인간다운 임종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관련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다. 또 영국, 일본,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정책성과를 평가할 구체적 지표를 설정하지 않아 성과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로, 국가치매계획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결여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선 미국, 한국,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국가치매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추지 않아 정책 구현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기존 국가치매관리계획의 추진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후속 계획이 적시에 수립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 등 국가치매관리계획을 국가 수반을 중심으로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한 국가들에 비해 단일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한 국가들에서는 정책 추진력이나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는 “국가치매계획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체계적 정책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계획의 수립과 조정, 국가 단위의 범부처적 추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동성심병원 성수정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가 간 협력과 모범 사례 확산을 통해 국가치매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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