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달 만에 2000만~3000만원 잃었다”…10명 중 8명 물린 2차전지 개미들, 필사의 물타기 [투자360]
평균 76.69% 現주가 대비 높은 곳에서 매매
3대 배터리셀 주가 최근 연저점…사실상 올해 매수 개미 전부 물려
포스코·에코프로 그룹주 투자자 물린 비율도 평균 55.58%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1. 포스코홀딩스 주주 A(58)씨는 최근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 A씨는 지난 7월 말 정점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진 2차전지 조정세가 마무리되고 반등할 것이란 생각에 지난 9월 말 주당 56만9000원에 포스코홀딩스 140주, 총 7966만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했다. 하지만 현실은 A씨의 생각과 달랐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계속된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 42만1500원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적게는 1주, 많게는 10주씩 ‘물타기’를 위해 추가 매수했고, 포스코홀딩스 170주(약 9362만원)를 보유한 주주가 됐다. 평단가는 55만원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현재 주가(27일 종가 기준 42만3000원)와 비교하면 2200만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 중인 셈이다.
# 2. 에코프로 120주를 들고 있는 B(48)씨는 에코프로에만 지금까지 1억1000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B씨가 소유한 주식의 가치는 7620만원(주당 63만5000원 기준)에 불과하다. B씨는 “열심히 물타기를 한 끝에 평단가를 89만원 정도에 맞췄다”면서도 “주주 사이에선 인내심 없이 2차전지에 투자하려 들면 안 된다고 서로 위로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올 초 코스피·코스닥시장을 가리지 않고 불었던 투자붐에 개미(소액 개인투자자)에겐 ‘단기간 고수익’의 달콤한 꿈을 꾸게 했던 2차전지주(株). 하지만 최근 2~3개월간 펼쳐진 지독한 ‘조정 국면’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올해 투자에 나섰던 개미 10명 중 8명이 물려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시총 상위 주요 2차전지주 주가가 연고점 대비 ‘반 토막’ 난 것도 모자라 최근 ‘연저점’까지 찍으면서 손절하지 못하는 개미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필사적으로 물타기를 통해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투자자금에 여유가 있는 개미만의 이야기다.
30일 헤럴드경제는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5’를 활용해 2차전지 섹터 시가총액(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올해(1월 2일~10월 27일) 거래된 주가 가격대(매물대)를 분석했다. 이 결과, 10개 종목을 거래한 개인투자자의 76.69%가 현재 주가가 위치한 가격대보다 높은 구간에서 해당 종목을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상위 10개 2차전지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93조6000억원), 포스코홀딩스(35조7736억원), 삼성SDI(31조816억원), LG화학(30조9567억원), 에코프로비엠(19조9026억원), 포스코퓨처엠(19조4820억원), 에코프로(16조9086억원), SK이노베이션(12조5115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9조4119억원), 엘앤에프(5조819억원) 등이다.
현재 주가 구간보다 높은 구간에서 매매가 발생한 비율이 90%대에 이르는 종목은 엘앤에프(99.39%), SK이노베이션(98,82%), LG화학(97.59%), LG에너지솔루션(97.19%), 삼성SDI(96.02%) 등 5개 종목이었다. 해당 종목 모두 지난 26일 종가 기준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는 곧 올해 해당 5개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거의 대부분 손실구간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 5개 2차전지 종목에 대한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은 LG화학이 1조750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이노베이션(1조1318억원), 엘앤에프(8687억원), LG에너지솔루션(4990억원), 삼성SDI(4185억원) 순서로 뒤를 따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3대 배터리셀업체(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한 대부분은 손실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각각 코스피·코스닥시장을 주도했던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그룹주’ 5개 종목에 투자한 개미들이 물린 비율 평균치는 55.58%로, 10개 종목 전체 평균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연고점 대비 현재 주가까지 ‘반 토막’에 가까울 정도로 종목별 주가하락률이 컸지만 연저점과 비교했을 때 현재 주가 수준은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연고점 대비 현재 주가까지 변동률은 포스코퓨처엠 -57.94%(59만8000→251500원), 에코프로비엠 -55.95%(46만2000→20만3500원), 에코프로 -50.89%(129만3000→63만5000원), 포스코인터내셔널 -41.21%(9만1000→5만3500원), 포스코홀딩스 -35.71%(65만8000→42만3000원) 등이었다. 하지만 연저점 대비 현재 주가까지 변동률은 에코프로가 482.03%(10만9100→63만5000원), 포스코인터내셔널 159.08%(2만650→5만3500원), 에코프로비엠 119.53%(9만2700→20만3500원)에 달했고,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각각 55.51%(27만2000→42만3000원), 37.58%(18만2800→25만1500원)에 이르렀다.
다만 종목별 매물대를 분석해보면 고점 부근에 물린 개미들의 비중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50만3600원 이상에서 거래한 비율은 43.29%에 이른다. 올 한 해 개인 순매수액(11조2000억원)에 단순 대입해 도출해보면 약 4조8485억원 규모의 순매수액이 주가 50만원 선 이상에서 거래된 후 물려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한때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에 오른 에코프로의 경우에도 주당 약 100만원 이상에서 매매에 나선 개미 비중은 17.01%였다. 현재 주식을 보유한 6명 중 1명은 ‘황제주’ 시절 에코프로에 투자한 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개미 사이에선 물타기도 가격이 내려간 주식을 추매할 수 있는 ‘실탄’ 여유가 있는 투자자나 가능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2300 선을 밑도는 등 전반적인 하락장 속에 ‘빚투’마저도 감소세다.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금액은 17조4846억원으로, 지난 2월 23일(17조3593억원) 이후 규모가 가장 작았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2차전지 관련 주가가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셀·소재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부진 우려, 유럽향(向)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장기화 가능성,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은 분위기”라며 “주가가 의미 있는 상승이 나타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크게 내려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커졌지만 내년에도 다양한 불확실성이 예상돼 ‘옥석 가리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부터는 전 지역 수주 공백기에 진입하고,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된 해”라고 분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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