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권교체 ‘선봉장’… EU서 갈고닦은 ‘통합·중재’ 또 통할까[Leadership]
2007년부터 7년간 총리 맡아
금융위기 때도 홀로 GDP 상승
2014년부터 5년간 EU상임의장
메르켈·치프라스 협상서 중재
서로 양보시켜 그렉시트 막아
신임 총리로 극우와 협치 과제
反EU·反소수자 정책 개선할듯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시민연단(PO) 겸 시민연합(KO) 대표가 총선에서 제3의길(PSL)·신좌파당과 함께 야권연합을 구성해 극우 성향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에 승리를 거두며 8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 이로써 과거 폴란드 총리에 이어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을 역임한 투스크 대표는 약 9년 만에 총리직을 다시 맡게 됐다. 그간 폴란드와 EU 사회에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온 그가 정치적 양극화에 빠진 폴란드를 하나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스크 대표는 올해 66세로 발트해 연안 항구도시 그단스크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폴란드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이기도 한 그단스크에서 자라며, 13세 때 시위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경찰이 발포하는 것을 보고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참여한 데 이어 1980년대에 폴란드 자유노조 창설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과 함께 연대노조에 투신, 정권의 탄압을 받아 수차례 체포되고 투옥도 경험했다.
공산정권이 붕괴한 1989년 투스크 대표는 정치영역에 발을 디뎠다. 연대노조에 뿌리를 둔 정당인 ‘자유민주회의’를 창당했다. 2001년에는 자유주의 보수 정당인 PO 창당 작업에 참여했으며 그해 의회 부의장에 올랐다. 2003년에는 당수에 오르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렇게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투스크 대표는 2007년 선거에서 PiS를 꺾고 처음으로 총리 타이틀을 달았다. 이후 그는 7년간 총리를 지내면서 폴란드 경제와 정치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폴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EU 국가 중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다. 당시 EU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이 4.5% 떨어졌는데 폴란드는 1.6% 상승했다. 유럽 전역에서 치적을 인정받은 투스크 대표는 2014년 총리 퇴임 후, 5년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았다.
실제 그는 EU에서 통합적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으로 2015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회원국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시키며 이른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았다. 당시 17시간이 넘는 협상이 깨질 위기에 처할 때마다 중재자로 “미안하지만, (합의를 이루기 전) 이 방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한 발씩 양보하도록 만든 건 투스크 대표의 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유명한 이야기다. 반면 분열을 조장하는 이들에겐 강경 일변도로 대응했다. 2019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없이 이를 주장하는 영국 브렉시트 강경파들을 겨냥해 “그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지옥에 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투스크 대표가 EU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사이 PO는 두 번 연속 PiS에 정권을 내주며 폴란드 정치에서 힘을 잃어갔다. 집권한 PiS는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성 소수자에 반대하는 정책을 펴는 등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여왔다. 또 유럽의 극우 열풍 중심에 서며 EU와 좋지 않은 관계를 이어갔다. 특히 PiS는 올 5월부터 시행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 조치를 EU가 지난달 해제하자 자국 농업을 지키겠다며 슬로바키아 등과 함께 수입 금지를 연장했으며,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이 같은 폴란드의 극우화를 저지하기 위해 투스크 대표는 2021년 국내 정치 일선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PO 대표 취임식에서 PiS를 ‘악’으로 규정했다. 그는 악화됐던 EU와의 관계를 회복해 EU 자금 차단을 해제하고, 낙태 금지 법안 폐기를 통한 합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투스크 대표는 지난 6월 폴란드 첫 자유선거 34주년에 맞춰 수도 바르샤바 중심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야권 세력을 끌어모았다.
결국 투스크 대표가 이끈 야권연합은 지난 15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수(53.7%)로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74.4%)을 기록했다. 투스크 대표는 “폴란드가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이는 PiS 정부의 종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극우 세력과의 협치가 주요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당으로 봤을 때 PiS가 이번 총선 득표율 1위(35.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티머시 가튼 애시 옥스퍼드대 교수는 “투스크는 PiS가 유권자 35%가량의 지지를 받아 가장 큰 정당으로 확정된 선거 이후, 폴란드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투스크가 이번 선거를 1989년 공산주의에 대한 자유 연대의 승리로 비추려는 것처럼 보였다. 투스크의 그런 비교는 이해가 가지만, 유용한 프레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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