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 인터뷰

김명희 기자 2023. 10. 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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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러브유가 30년간 국가와 민족,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데 있어 든든한 구심점 역할을 해온 장길자 회장의 소회와 향후 복지활동의 방향.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이하 위러브유)의 복지 활동 발자취는 대한민국 사회복지 역사와 함께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고용과 빈곤 대책을 위한 제도 마련을 거치며 급속도로 발전했다. 일평생 생명 구호와 봉사, 돌봄을 이어온 장길자 회장을 중심으로 위러브유가 단체 규모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친 것도 1990년대부터다. 30년 가까이 국내외 각지에서 인도적 활동을 전개하며 민간 복지 단체의 본보기로 자리 잡았다. 그 시작을 열었던 장길자 회장은 지금도 변함없이 따뜻한 '어머니 손길’로 지구촌을 돌보고 있다.
해마다 각국 외교관들과 간담회를 통해 1년간 전개해온 복지활동을 돌아보고 향후 방향 등을 협의한다. 스페인, 필리핀,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라오스 대사를 비롯한 여러 나라 외교관들이 함께했다.
오랜 세월 복지 활동을 하면서 체감하신 우리 사회의 변화 분위기는 어떤가요.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위러브유의 이타적 활동에 함께하는 손길은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돕는 활동에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이 정성을 모으고 여러 나라 정부와 기관들도 협력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선을 추구하고 사랑을 나누려 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민간 복지 단체로서 지속적으로 인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올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처음 생각한 바를 얼마나 이루셨는지 궁금합니다.

각국의 다양한 시스템,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고 수많은 상황에 대처하며 복지 활동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각종 재난과 사건 사고,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도우려 뛸 수 있는 이유는, 나라와 언어가 달라도 지구촌에 사는 모두가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구촌 가족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포부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을 넘어 전 대륙에서 수많은 이들이 함께해주시니, 그만큼 우리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해 더욱 분주하게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가만있을 수가 없지요. 튀르키예 지진과 국내 산불 이재민을 돕고, 설과 추석에는 타향살이에 힘든 다문화가족과 주한 외국인들을 초청해 위로하고 가족의 정을 나눴습니다. 미국, 필리핀, 칠레 등 각국의 회원들도 같은 마음이라 전 세계 헌혈하나둘운동과 클린월드운동, 재난 구호, 취약 가정 지원 등 그야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도 지난 4월 국내에서 다시 열었어요. 여러 나라 대사들과 외교관, 각계각층의 많은 분이 지구촌 가족들을 돕고자 어김없이 참여해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지진과 홍수 등 암울한 소식이 많은데,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도 조만간 개최할 예정입니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가 다시 열린다니 반갑습니다. 올해로 21회를 맞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동안 국내외 재난 지역, 복지 소외 가정 등에 많은 도움을 전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라마다 가슴 찡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은데요. 폭우 때마다 다리가 무너져 피해를 겪던 네팔의 강변 마을에 교량을 건설한 것도 잊을 수 없습니다. 15회 콘서트를 통해 지원했는데, 1500명이 넘는 주민이 사는 마을에 튼튼한 다리가 세워져 교통이 원활하게 됐다며 현지에서 교량의 이름을 '위러브유다리’로 지었답니다.

캄보디아의 경우 열악한 환경과 물 부족 문제가 아이들의 건강과 학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18회 콘서트의 결과로 6개 주에 있는 8개 학교에 물 펌프 설치와 전기 설비, 위생 시설 건축과 건물 개보수, 책과 학용품 지원 등 광범위하게 도우면서 1000여 명의 학생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위러브유의 지원으로 학교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현지 초등학교장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콘서트로 모아진 많은 분의 정성이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역사회에 힘이 되어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클린월드운동, 실생활 클린액션 캠페인, 맘스가든 프로젝트 같은 환경 관련 활동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성과가 있는지요.

요즘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재난들은 대부분 기후위기, 환경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인류 생명과 복지의 근간을 지키는 일입니다. 15년간 시행해온 '전 세계 클린월드운동’과 더불어 '실생활 클린액션 캠페인’ '맘스가든’ 프로젝트(전 세계 나무 심기) 같은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는 이유지요. 대륙을 넘어 여러 나라에서 동참하면서 생태계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세계인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는 평입니다. 몽골에서는 사막화를 막고자 정부 차원에서 나무 심기에 주력하는데, 회원들이 울란바토르 시청 산하의 임업 묘포(임업을 위해 묘목을 기르는 곳)에 나무 500그루를 심으며 힘을 보탰어요. 묘목이 자라 도심 곳곳으로 옮겨지면 미세먼지 감소를 비롯해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100년가량 방치돼 우범지대였던 공터가 지난해 회원들의 손길로 안전하고 쾌적한 '위러브유공원’으로 변화됐어요. 수개월 후 실제로 범죄율이 줄었다는 지역 보고서까지 나와 보람이 큽니다.

최근 미국 동부 지역에서 진행한 '카밍룸’ 프로젝트처럼세계 각지에서 전개하는 특색 있는 활동도 소개해주세요.

‘카밍룸(Calming Room·정서안정교실)’ 프로젝트는 미국 뉴저지주의 고등학교와 연계한 활동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해소로 학업에 집중하고 바른 정서를 함양하도록 지원하며, 포용적인 학교문화도 조성합니다. 갈수록 청소년 사건 사고가 급증하다 보니 이 활동이 더 관심을 받고 있어요.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맞춤형 활동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시민들의 건강과 깨끗한 생활을 위해 공중위생 시설을 설치하고, 국민의 4분의 1 정도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중미 아이티에는 '브라이트 아이티(Bright Haiti)’ 프로젝트를 통해 직업학교에 태양광 손전등 3000개를 지원하여 학생들의 학업 증진을 도왔습니다.

인성교육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갖자"는 내용으로 청소년들에게 강의도 하셨다고요.

사람이 밝고 희망찬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른 인성입니다. 그래서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학습환경 개선뿐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정성을 들입니다. 특히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타심은 청소년들이 부모 공경과 형제 우애, 친구 간 화목 등을 실천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또한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나려면 부모가 먼저 좋은 본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소통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간다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기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위러브유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인성교육과 부모교육, 세계시민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향후 위러브유의 복지 활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실 계획인지, 특히 주목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복지(福祉)란 '행복한 삶’을 의미합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가족과 이웃, 국가, 세계와 더불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지구촌 구성원 모두가 인류 복지를 함께 이뤄가는 주인공입니다. 국가와 언어, 세대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복지 활동의 장을 더욱 넓혀갈 것입니다. 그 화합의 행보에 더 많은 분이 동행할수록 우리의 미래는 빛나고 화창할 것입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나 자신을 알고 타인을 알며, 인류를 알고 지구를 알아가 마침내 사랑으로 화합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모두 함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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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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