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부터 빅맨까지…, 거세지는 외인 파워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외국선수들의 활약이 초반부터 거세다. 초반부터 분위기가 좋은 울산 현대모비스, 원주 DB, 서울 SK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으며 하위권 후보인 삼성 또한 외인 파워를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는 모습이다. 호화 국내 라인업에 비해 늘 외국선수가 말썽이었던 KCC 또한 올 시즌 만큼은 한결 짐을 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반면 유력한 상위권 후보인 KT, LG 등은 경쟁팀들과 비교해 외인 효과를 제대로 못보고 있다. 당초 전망과 달리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밀려버린 이유다. 가장 머리가 아픈 팀은 신생팀 소노다. 지난 시즌 전신 캐롯 돌풍에는 전성현, 이정현 쌍포를 중심으로 무명에 가까운 국내 선수들이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투혼을 펼친 이유가 크다.
하지만 공수에서 밸런스를 잡아준 외국선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김승기 감독도 그러한 부분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외국선수 전력을 유지하고 싶어 했으나 타이밍이 안맞아 해당 선수 재계약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로인해 올시즌 원하지 않는 역풍을 맞으며 마른 한숨만 몰아쉬고 있다.
시즌초 눈에 띄는 외국인선수들은 해결사형, 컨트롤타워형, 클래식 빅맨형 등으로 나뉜다. 해결사형의 대표적 선수는 SK 자밀 워니(29‧199cm)와 정관장 오마리 스펠맨(26‧206cm)이다. SK는 2019~20시즌부터 지금까지 단 한시즌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선수 걱정을 해본적이 없다. 공만 주면 알아서 처리해주는 최고의 득점머신 워니가 있기 때문이다.
데뷔 첫시즌부터 워니는 리그 최고의 외국선수로 활약하며 기사 군단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가 됐던 시즌에는 이런저런 일로 워니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시기다. 그는 경기 내내 기복없이 득점을 올려주는 것을 비롯 승부처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해결사다.
철저히 자신이 좋아하는 구역과 주특기가 정해져 있지만 워낙 위력이 강력해 상대 입장에서는 알고도 막기 힘들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폭발적인 탄력 거기에 특유의 손끝 감각을 앞세워 매시즌 언터처블의 위용을 과시중이다.
팀과의 궁합도 좋다. SK는 당시나 지금이나 노련하고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많다. 구태여 외국선수까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일 필요는 없다. 워니처럼 확실하게 득점을 마무리 지어주는 깔끔한 스코어러가 잘 맞는 핏이다. 3시즌째 함께하고 있는 노장 리온 윌리엄스(37 197cm)와도 잘맞는다. 2옵션으로서 무난한 기량을 갖춘 것을 비롯 무엇보다 멘탈이나 마인드가 좋기 때문이다.
농구는 팀 스포츠다. 아무리 좋은 선수가 많아도 팀내 불화가 있거나 분위기가 나쁘게 흘러가면 실제로 성적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과거 KCC는 득점에 특화된 안드레 에밋을 앞세운 몰빵농구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경우 2옵션 선수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팀과 함께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어차피 연봉에서도 차이가 있는 등 입단 때부터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옵션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포웰은 출장시간에 불만을 품고 분위기를 흐리며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다. SK 윌리엄스는 다르다. 출장시간 등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날도 벤치에서 열정적으로 동료들을 응원한다. 그로인해 전희철 감독 역시 부담 없이 선수 기용을 가져갈 수 있다.
스펠맨은 정관장을 울리고 웃기는 존재다. 좋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득점을 책임질 수 있는 유형인지라 그가 버티고 있으면 화력에서 만큼은 든든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부분이다. 다소 어린아이같은 멘탈은 물론 수시로 비대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코칭스탭과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비대해진 그를 가리켜 ’스팸맨‘이라고 부르는 팬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현재 스펠맨은 정강이 피로 골절로 7주 진단을 받은 상태다. 이전에도 종종 부상으로 쉰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과체중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많이 나갈 때는 150kg가량 나가는데 정통 빅맨도 아니고 스윙맨처럼 플레이하는 유형이어서 몸에 더 무리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관장은 스펠맨을 포기할 수가 없다. 해결사 모드로 나설 때의 고점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재는 휴식을 취하며 다이어트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관장 데릴 먼로(37‧197cm)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2옵션 선수로 꼽힌다. 2021년부터 안양에서 함께하며 팀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그는 SK 윌리엄스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한창 때에 비해 공격력은 떨어졌지만 특유의 넓은 시야와 패싱센스를 살려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먼로의 활약을 지켜본 팬들은 젊은 시절에 그가 국내 무대서 뛰었으면 어떤 위력이었을까 궁금해했다. 최근 그러한 궁금증을 해결해줄만한 선수가 등장했으니 다름아닌 DB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디드릭 로슨(26‧201cm)이다. 로슨의 가치는 그와 재계약을 하지못해 전력이 크게 떨어진 소노와 그를 영입한 후 제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DB의 현 상황만 봐도 알수 있다.
평균 이상의 포스트 장악력과 득점능력 거기에 더해 패싱게임이 되는 BQ형 4~5번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팀 공헌도를 자랑했다.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리온 데릭스, 크리스 윌리엄스를 비롯 앞서 언급한 먼로, 로슨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팀 전력이 특별히 약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정 성적 이상을 보장해주는 실속형 선수들이다.
스페이싱, 외곽슛 등이 강조되는 트랜드 속에서 힘과 투지를 바탕으로 골밑을 사수하는 클래식한 빅맨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해당 유형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대표적으로 LG 아셈 마레이(31·206cm)를 들 수 있다. 올 시즌에는 한명이 추가됐다. 마레이보다 더 투박하지만 힘과 덩치는 업그레이드된 삼성 코피 코번(24‧210cm‧150㎏)이다.
코번은 단순하지만 묵직하고 강하다. 그가 어떻게 플레이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지만 알아도 대처가 쉽지 않다. 어지간한 선수는 큰 체격으로 퉁퉁치면 바로 밀리기 일쑤다. 쉽게쉽게 포스트로 들어가 유리한 자리를 선점 아니 빼앗는다. 골밑 경합 중에는 거기에 더해 국내 선수가 함께 붙어도 어렵지 않게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세컨샷을 성공시킨다.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곽 찬스를 잘 봐주는 것은 물론 들어오는 동료에게 컷인 패스까지 잘한다. 덩치와 걸맞지 않게 유연하며 느리지도 않다. 보통 거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름손, 자유투 등의 약점도 없다. 삼성이 좀 더 코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클래식하지만 파워툴이 너무 강하다. 물론 약점도 있다. 덩치 대비 무난한 운동능력을 자랑하지만 포지션 특성상 활동 범위가 좁다. 본인과 비슷한 유형에게는 무척 강하지만 슈팅력이 좋은 포워드형 외국선수에게는 수비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속공이나 2대2 수비에서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우승이 아닌 승수를 쌓아가면서 팀을 만들어가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최적의 선수라는 평가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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