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짜증 난다’는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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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는 몇 개일까.
따라서, '짜증 난다'를 대체하는 감정 언어를 찾아 반응해 줄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불쾌한 감정을 '짜증 난다'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일이 많아서이다.
혹시 아이에게 '짜증 난다'는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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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는 몇 개일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민경환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 언어는 434개였다. 이 중 불쾌한 감정 언어는 72%로 쾌(快)를 표현하는 언어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불쾌한 감정 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몇 개 언어만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불쾌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를 찾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불쾌한 감정을 '짜증 난다'라고 뭉뚱그릴 때가 많다. 마치 이유는 있지만, 이를 표현하기 어려워 '그냥'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짜증이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기분이 언짢고 화가 난 상태를 뜻한다. 사전적 정의만 보더라도 뭔가 명확하게 와닿는 감정 언어라고는 할 수 없다. 도리어 다양한 상황에서 불쾌한 마음의 상태를 아우를 때 사용하는 감정 언어에 더 가깝다.
부모도 아이에게 '짜증 난다'는 말을 사용할 때가 있다. '계속 그러니까 짜증 나', '자꾸 칭얼대지 마. 짜증 난단 말이야', '엄마도 너무 힘들어. 짜증 나게 왜 그래' 등의 표현을 한다. 문제는 그 순간에 '짜증 난다'는 말을 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 감정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내버려 뒀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런 부모를 보면서 제대로 된 감정 표현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감정 제어력마저 부족해져 별거 아닌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낼 수 있다.
불쾌한 감정은 명확한 언어로 이름을 붙여 표현해야 한다. UCLA의 심리학자 매튜 리버만(Mathew Lieberman) 교수의 연구 결과 불쾌한 감정을 '답답하다', '울적하다', '두렵다'와 같이 정확하게 표현하면 위험 감지 센서의 역할을 하는 '편도체'가 즉시 진정됐다. 감정을 객관적인 언어로 나타낼 때, 눈앞에 벌어진 일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짜증 난다'는 가급적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짜증 난다'는 추상적인 서술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을 선명하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명명할 수 있는 언어라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짜증 난다'를 대체하는 감정 언어를 찾아 반응해 줄 필요가 있다. 가령 아이가 정해진 시간에 할 일을 안 했을 때 '서운해', '엄마, 미워'라고 했을 때 '속상해', 거짓말을 했을 때 '당황스러워'라며 그 상황에 알맞은 감정 언어로 반응해 준다. 이같이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채고 살피는 것을 '자기 공감(Self-empathy)'이라고 한다. 자기 공감을 잘하는 부모는 아이의 마음도 공감해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감정을 이해하는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져 '억울했겠다', '답답했지', '실망했구나' 등의 말로 아이의 불쾌한 감정을 섬세하게 잘 감지해 낼 수 있다.
소설가 김영하 작가는 학생들에게 소설을 가르칠 때 금지한 말이 있다. 바로 '짜증 난다'이다. 학생들이 불쾌한 감정을 '짜증 난다'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일이 많아서이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을 방해한다. 감정은 방향 감각을 잃고 방황하다 엉뚱한 방식으로 분출된다. 혹시 아이에게 '짜증 난다'는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는 흐릿한 감정을 선명하게 나타내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는 아이의 가장 좋은 감정 표현 교과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의사소통 관련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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