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나가고, 조용히 보관하고…카톡방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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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과 함께 있던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갔어요."
카카오톡(카톡)에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생긴 지 5개월.
카톡 신규 기능 소개와 활용법을 담은 '카톡설명서' 누리집에 올라온 '20 23년 9월의 카톡 리뷰설명서'를 보면, 지난 8월1∼20일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긍정 반응은 89.9%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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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과 함께 있던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갔어요.”
카카오톡(카톡)에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생긴 지 5개월. 저마다의 이유로 카톡 이용자들은 조용히 단체 채팅방에 ‘안녕’을 고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된 직장인 서아무개(32)씨는 “일주일 전쯤 40∼60대 대학 선배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조용히 나간 적이 있다”며 “아무 관심 없는 사안에 대해 자꾸 알림이 뜨는 게 신경 쓰이던 상황에서 조용한 나가기 기능이 추가됐다는 게 생각 나 3년여 만에 방을 나갔다”고 말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함께 있던 단체 채팅방에서 조용히 나간 장아무개씨(28)는 “관계가 껄끄러운 사이에서 내가 언제 나갔는지 다른 사람은 모르게 할 수 있는 게 이 기능의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
조용히 채팅방을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는 이들도 있다. 조직에서 관리·책임자 직급을 맡은 세대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 김아무개(56)씨는 “보통 업무 중심으로 채팅방을 만드는데, 업무 총 책임자인 나 같은 경우 이제는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방도 ‘혹시나 무슨 공지라도 해야 할 때가 있지 않을까’ 싶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카톡 이용자들 사이에선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대체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카톡 신규 기능 소개와 활용법을 담은 ‘카톡설명서’ 누리집에 올라온 ‘20 23년 9월의 카톡 리뷰설명서’를 보면, 지난 8월1∼20일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긍정 반응은 89.9%에 이른다.
올해에만 7번의 굵직한 업데이트를 거친 카톡은 지금까지 ‘예약 메시지 보내기’, ‘조용한 채팅방’, ‘말풍선 리액션’ 등 새로운 기능을 연이어 선보였다.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해진 기능들 때문에 오히려 소통에 뜻하지 않은 갈등도 생긴다고 한다.
팀장급인 직장인 ㄱ(35)씨는 최근 같은 팀 소속 20대 직원이 자신의 업무 지시 메시지에 ‘말풍선 리액션’으로만 반응하는 것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 말풍선 리액션은 상대방 메시지를 길게 누르거나(스마트폰), 오른쪽 클릭(PC)하면 그림문자(이모지)로 답할 수 있는데, 이는 상대방에게 알림이 가지 않는다. ㄱ씨는 “메시지에 체크 표시한다고 내게 알림이 오는 것도 아니어서 매번 업무 지시를 확인했는지 다시 물어봐야 한다”며 “사적인 대화할 때도 그렇고, 이 기능을 도무지 왜 쓰는지 모르겠다. 이게 엠제트(MZ)세대 소통 방식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적극적으로 찾아야 새로운 기능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채팅방 기능이 다양해지자, 숨은 기능을 찾아 쓰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고픈 이들이다.
지정한 사람에게만 다른 프로필을 보여주는 ‘멀티프로필’ 기능을 사용하는 직장인 김혜련(31)씨는 “프로필로 셀카 같은 사적인 사진을 주로 해두는데, 멀티프로필 기능을 사용하면 회사 사람들한테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며 “대화 목록을 파일 형태로 업무·사생활 용도로 처음부터 분리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되면 좋겠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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