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제작비 절감을 위해 노개런티로 연출, 복지 위해 밥차, 커피차 끊기지 않게 해" [인터뷰M]

김경희 2023. 10.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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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영화 '오픈 더 도어'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과 제작자로 첫 도전을 한 송은이를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상암동에 위치한 컨텐츠랩 비보의 사옥에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장항준 감독은 "2년 전에 촬영을 마쳤는데 CG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영화가 위기 상황이라고들 하는데, 그 와중에 개봉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많이 쫄린다"며 개봉 소감을 밝히며 "제가 은근히 작품 했던 것 중에 흥행 못한 게 없다. 그중에 '리바운드'는 제 예상이나 주변의 반응과 많이 다르더라. 그래서 비 오는 나 울었다"며 전작의 실패로 맛본 씁쓸한 감정도 솔직히 이야기해 웃음을 안겼다.

실제 교민 사회에서 오래전에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썼다는 장항준 감독은 "어느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교민 사회는 특수성이 있다. 정착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기에 가족끼리의 유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의 우호와 갈등, 그들 사이의 욕망이 충돌하는데 그 안에는 각자 선악의 개념이 다른 캐릭터가 존재한다. 교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가 인상적이었다"며 해당 사건에 유독 꽂혀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며 "해당 사건에서 느낀 걸 표현하려고 했던 거지 사건을 재현하려는 노력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 살면서 우리는 몇천 개의 문을 몇십만 번 들락날락할 텐데 그중에는 아주 중요한 문도 있을 것. 그 중요한 문이 탐욕의 문일지 기회의 문일지는 열기 전까지는 모를 것. 어떤 결정적인 문을 거쳐 삶을 변화시키는지에 주안점을 두었다."며 '사건'이 아닌 '문'에 의미를 담아 제목을 짓고 챕터를 나눠 구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는 장편영화이지만 러닝타임이 71분으로 짧은 편이다. 현실적인 여건상 러닝타임을 늘이는 건 불가능했다는 장항준 감독은 "회차가 늘어나면 그만큼 제작비가 추가되는 상황이다. 더 길게 늘여 러닝타임을 길게 가고 여러 시도를 할 수도 있지만 처음 가진 이야기의 원론을 잃지 않는 걸 생각하니 이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상업 영화적 모양새를 위해 길게 늘이려고 하지 않았다며 소신을 밝혔다

일부 관객들은 '오픈 더 도어'를 보고 난 뒤 스릴러의 귀재인 김은희 작가스러운 소재라며 장항준 감독의 시나리오라는 것을 의아해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방송에서의 귀여운 이미지 때문에 대중적으로 그렇게 보이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은 아니었다. 장르는 수단 일 뿐, 목적일 수는 없다."라며 유머러스하게 대중의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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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로는 장항준 감독의 소속사 대표이자 오랜 친분을 과시하는 송은이가 영화의 제작자로 나섰다는 것. 사적인 관계를 일로 끌어가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장항준 감독은 "수많은 제작자와 일 해봤지만 송은이는 가장 단신이고 가장 격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료 같았다. 세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제작자와 긴장감 있는 대화로 서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데 송은이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직설적으로 나오니까 저도 편하게 '해야 된다면?'이라며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서로 공격적이지 않아서 편할 수 있었다. 대학교 1학년때 송은이를 처음 만나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관계는 거의 변한 게 없고 각자의 지위만 변했다."며 그 어떤 제작자보다 속 편하고 평화로운 대화로 영화를 만들 수 있어 좋았다고 답했다.

그러며 "PD도 저도 다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만들어지는데 의미가 있고 그게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물론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표준근로에 의해 일하고 페이도 받았다. 작은 영화는 52시간 근로가 잘 적용 안되기도 하는데 콘텐츠랩비 보는 회사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맞춰야 했다"며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제작비 절감을 위해 장항준 감독은 지인들을 통해 밥차나 커피차를 제공받아 복지를 끊이지 않게 하려 했다는 말도 덧붙여 폭소를 안겼다. 그러며 "김성훈 감독, 강하늘, 윤종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진, 장도연 등이 커피차와 밥차를 보내왔다. 너무 감사해서 엔딩크레디트에 스페셜 땡스도 넣었다."며 이들 이름이 들어가게 된 진짜 이유를 밝혔다.

유일하게 가장 큰 제작비를 투자한 부분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집이었다고.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로케이션을 해보려 적당한 집을 찾으러 다녔지만 생각했던 미국집 구조를 찾을 수었어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러며 "기성 제작사보다 편했다. 콘텐츠랩비보의 분위기 자체가 이유식 하는 초식동물만 뽑아 놓은 것 같다. 정말 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서로 배려가 많고 자이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면이 제작에서 유용했다. 가끔 자존심 싸움이나 서열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편했다."며 제작사 분위기에 도움을 받아 제작과정이 평화로왔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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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자들도 긍정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요즘의 한국영화 상황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혹한기, 빙하기 오더라도 묵묵히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저는 90년대부터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때 한국영화는 르네상스 시대였다. 전 세계가 부러워할만한 걸 이루게 되었지만 최근 코로나를 겪으며 한국영화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춘곤 기는 항상 있었다. 영화하는 사람은 항상 배고픔이나 가난함의 대명사였다. 오로지 영화가 좋아서 했던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창작자는 계속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갈구하고 탐구해야 한다."라며 소신을 강하게 밝혔다.

올해 손익분기를 넘긴 한국 영화가 5편밖에 안된다는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크지 않지만 영화를 개봉하고 도전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 장항준 감독은 마지막 까지도 준비하는 영화는 어떤 장르냐는 질문에 "김밥천국 같이 장르는 다양하다. 센 드라마도 있고 코미디화된 엑소시즘도 있고 진짜 많다"는 유머러스한 답을 하며 유쾌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오픈 더 도어'는 10월 25일에 개봉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컨텐츠랩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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