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혜선 "시원한 매력의 '용감한 시민', 대리 만족했죠"

조은애 기자 2023. 10.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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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혜선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배우 신혜선은 사랑스럽고 때론 도도했다. '아이가 다섯'의 연태, '비밀의 숲'의 은수, '황금빛 내 인생'의 지안, '철인왕후'의 소용 등 그간 거쳐온 캐릭터들만 봐도 그렇다. 발랄하게 혹은 카리스마 넘치게 화면을 장악하곤 했다. '용감한 시민'은 그런 신혜선의 두 얼굴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배시시 웃다가도 화끈한 하이킥으로 빌런을 응징한다. 1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선은 "복잡하지 않고 시원한 매력에 끌렸다"며 '용감한 시민'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오늘의 연애' 등으로 사랑받은 박진표 감독의 신작이다. 25일 개봉 후 호평 속 입소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 신혜선의 인생이 별로 스펙터클하지 않아요. 취미도 없고요. 그래서 일하면서 대리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데 액션물 제안이 들어와서 호감이 있었어요. 명확하고 시원한 작품이라 도전하고 싶었죠."

소시민은 정규직 전환을 꿈꾸는 무영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다. 복싱선수 출신인 그는 무탈한 학교생활을 위해 순한 척, 약한 척 조용히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앞에 학교의 절대권력자 한수강(이준영)이 나타나고, 소시민은 정체를 숨긴 채 그를 혼내 주기로 결심한다.

"첫 등장부터 최대한 가증스러워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분홍색 섀도우에 립스틱, 원피스까지 굉장히 신중하게 골랐고요. 스태프분들이 조명에 바람 효과까지 넣어서 웬만한 액션보다 공들여주신 컷이에요. 초반에 학교 복사기 앞에서 환하게 웃는 등장 장면은 볼 때마다 민망해서 고개를 못 들겠더라고요."

극 초반 귀여운 매력이 반짝인 덕에 중후반부 이후 소시민의 파워풀한 액션은 더욱 폭발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화려하면서도 타격감이 살아있는 액션 장면은 하나하나 쾌감을 선사한다. 신혜선은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합기도를 중심으로 권투, 태권도, 격투기 등을 조합한 기술을 유연하게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 명장면들은 만들어냈다. 특히 170cm가 넘는 늘씬한 체형 덕에 통쾌함은 두 배다.

"훈련 영상 보면 종이인형 같아요.(웃음) 그래도 180도 발차기 장면은 아무런 도움 없이 직접 했어요. 예전에 발레 드라마를 찍으면서 스트레칭을 해놨거든요. 그게 아까워서 드라마 끝나고도 집에서 꾸준히 연습했었고 180도 발차기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수강이가 링 밖으로 떨어졌을 때 나왔던 발차기가 개인적으론 제일 시원했어요. (이)준영이 정말 잘 맞아줘요. 진짜 고수거든요. '누나가 때린다고 기절 안 한다'면서 편안하게 때릴 수 있게 많이 맞아주고 배려해줬어요."

한수강을 연기한 이준영 역시 눈빛만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렬한 안타고니스트로 활약했다. 그 역시 사실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부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수강이가 진짜 악랄하잖아요. 특히 김밥 할머니 나오는 장면에서는 촬영하고 좀 울었어요. 원래 엄청 착하고 예의 바른 친군데 연기하면서 스스로가 나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보니 속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성향의 친구라면 충분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근데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너무 잘했던데요. 그 나쁜 눈을 엄청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시원한 액션과 귀여운 코미디가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용감한 시민'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을 정면으로 다루는 데다 폭력의 수위도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신혜선은 "사회고발보다 판타지물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이 영화가 어떤 사회고발을 한다든가 교훈을 강하게 주려고 한 건 아니거든요. 이야기의 배경이 학교일뿐이지, '용감한 시민'은 내 안에 감춰져 있던 용기를 꺼내는 판타지에 대한 영화에요. 그래서 학생들의 모습이 만화적이고 극적으로 표현되긴 했죠. 각자의 캐릭터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통쾌함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사회적인 메시지보다도 소시민을 보면서 대리만족하셨으면, 또 오락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용감한 시민'이 실관람객들의 뜨거운 호평 속 입소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신혜선은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타겟' 등 올해에만 4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의미 있는 데뷔 10주년을 채워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지창욱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 JTBC '웰컴 투 삼달리'로 복귀한다.

"제가 계속 연기하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에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답안지를 받고 싶어요.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돼요. 제가 어떤 결의 연기를 좋아하는지, 재밌어하는지, 또 잘하는지 아직 명확하게 모르겠거든요. 도전하다보면 나에 대해서 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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