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일보 "대통령이라고 해서 박수받고 화기애애한 자리만 갈 수 없다"
한국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아"… 경향 "메시지만 내겠다는 협량한 처사"
조선일보, 추모 행사 정쟁적 요소 강조 "한때 아수라장"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이태원 참사 추모행사에 오지 않았다. 서울광장 추모행사가 아닌 교회로 찾아가 추도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추도사에서 참사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요 아침신문들은 30일 일개 교회의 추도예배가 정부의 공식행사가 된 격이라며서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정부만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추도예배가 열린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년 시절 다녔던 교회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이 교회를 찾았다. 대통령은 “지난 한 해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정치 집회”다. 야당이 공동주최에 포함됐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알게된 야당이 '공동주최에서 빠지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고, 정부여당 차원에서 기획한 별도 행사도 없었다.
주요 아침신문들은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사설 <이태원 참사 추모대회, 당 이름으로는 참석 피한 여권>을 내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대표가 추모의 뜻을 밝히긴 했으나 유가족 추모행사에 불참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로선 대통령 면전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의 참석은 재난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사회 통합에 한발 다가설 기회였다. 결국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빈자리는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박수받고 화기애애한 자리만 갈 수는 없다”며 “어제 행사는 불편했을지언정 유가족의 상처를 함께하며 대통령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킬 수 있었던 자리였다. 대통령은 아직 유족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1년 전 참사 직후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머리 숙였던 국정 책임자로서 앞으로 유족과의 만남 자리를 갖는 등 직접 위로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아쉬움 큰 尹대통령 이태원 참사 추도>를 통해 “이유 여하를 떠나 개인이 아닌 대통령은 유가족 주최 추모제를 찾는 게 합당했고, 그랬다면 추도사 메시지의 진정성도 컸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참석자 면면만 보면 일개 교회의 추도예배가 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행사 격이 된 셈”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까지 한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면 애초 정부 차원의 추모제를 준비했으면 될 일이었다… 논의도 않다가 뒤늦게 추모제가 정치 행사라며 불참한 것은 결과적으로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정부만 확인시켰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태원 추도식 빠진 대통령·김기현·이상민의 독단과 협량> 사설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시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존재 이유를 거듭 물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다. 유가족들이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렸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진정으로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의 슬픔을 보듬겠다면 추모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옳았다”며 “대통령이 참석하면 정치 집회가 아니라 대통령의 행사이고, 야당도 공동주최에서 이미 빠진 터였다. 그런데도 이를 뿌리치고 예배로 향한 것은 허심탄회하게 유가족과 시민들을 만나길 회피하고, 홀로 메시지만 내겠다는 협량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비판을 '정쟁'으로 봤다. 조선일보는 사설 <핼러윈 방지법 표류, 국민 의식 그대로인데 여야는 정쟁만>에서 “핼러윈 참사 1주기인 29일에도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기 바빴다”며 “추모행사를 놓고도 여야로 갈려 대립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작 여야가 시급하게 처리했어야 할 안전사고 방지 법안은 국회에 방치돼 있다”며 “정치권이 관련 입법은 뒷전인 채 내 편 네 편 갈라 싸우고만 있다. 세월호 등 대형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 이래선 언제 제2의 세월호·핼러윈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다.
이태원 추모행사 정쟁 강조한 조선일보
경향신문은 3면 <현장에서, 광장에서… 눈물 흘리며 “진상규명” 외친 시민들>에서 시민들의 이태원 참사 추모 모습을 소개했다. 경향신문은 “1년 전 참사 현장인 용산구 해밀톤호텔 골목에는 전국에서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 이름 붙은 이곳에서 추모객들은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을 한참 응시하고는 고개를 숙였다”며 “'추모의 벽' 앞에는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두고 간 과자와 초콜릿, 통조림, 술 등이 국화꽃 사이사이에 빼곡히 놓여 있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4면 <“한국놈도 아냐” “꺼져” 야유·욕설… 인요한 “아픔 함께하는 게 책무”>에서 추모행사의 정치적인 부분을 부각했다. 조선일보의 부제는 “한때 아수라장이 된 추모행사”, “수많은 좌파 시민단체 깃발 속… '尹 탄핵' 구호에도 자리 지켜”다. 조선일보는 “(야)당 대표들이 나와 추모사를 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땐 참석자들이 '윤석열 꺼져라!' '탄핵하자!' 등을 연호하며 열띤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인 위원장의 얼굴엔 표정 변화가 없었다”며 “고 최보람씨의 고모가 소속된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을 연주할 때 광장에선 '윤석열 탄핵' '검찰독재' 등이 큼지막이 적힌 대형 깃발들이 선율에 맞춰 휘날렸다”고 했다.
'윤석열 검증 보도' 기자 압수수색 영장 표지에 배임수재 혐의?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하는 검찰이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 압수수색 영장 표지에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배임수재 혐의'를 적시했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뉴스타파 보도 관련 인사들에게 적용한 혐의다. 한겨레는 1면 <명예훼손 수사 막히자 검찰, 또 '꼼수' 영장>에서 “(검찰의 영장은) 경향신문 등의 보도와 뉴스타파 보도가 모두 직접 연결됐다는 취지”라며 “두 사건은 2021년 10월, 2022년 3월로 보도 시점도 5개월 가까이 차이가 나고, 증거물·등장인물 등도 겹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를 직접 수사하기 위해 뉴스타파 사건과 경향신문 등의 사건을 무리하게 직접 관련 사건으로 엮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배임수재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다. 한겨레는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수사 개시를 할 수 없다”며 “검찰이 수사 중인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과거 시행령에는 '직접 관련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한동훈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을 거치며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이후 검찰은 '직접 관련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JTBC 본사와 리포액트 기자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영장 표지에는 '배임수재'를 적시하고, 영장 내용에 뉴스타파 배임수재 혐의를 병기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3면 <배임수재로 엮은 명예훼손 수사…“검찰 월권” 내부 비판도>에서 “명예훼손 사건에서 검찰이 '배후를 밝히겠다'며 특별수사부를 대거 동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며 “명예훼손 사건에서 공범의 존재를 밝히겠다는 식의 수사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검사 고위직 출신 한 변호사는 '명예훼손 혐의 수사는 범죄 당사자의 고의 여부를 따져 묻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수사다. 한발 더 나아가 배후까지 밝혀 공범으로 기소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기소나 유죄를 염두에 둔 수사라기보다는 수사 자체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사로 오해받기 쉽다. 반의사불벌죄라 언제라도 '피해자 윤석열 대통령'이 '그만하라'고 하면 검찰은 부담 없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면서 끝낼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쏟아지는 정부·여당 비판… 소통·협치 필요성 대두
30일자 신문에선 정부·여당의 행보를 비판하는 칼럼이 다수 나왔다. 박정호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은 칼럼 <'1'의 정치, 탕평 정치>에서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논설위원은 “'국민이 늘 옳다' '(내각에) 국민의 절규를 들어라'라고 재촉하던 윤 대통령의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 추모대회 참석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며 “추모식을 둘러싼 정쟁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슬픔과 함께하는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할 순 없었을까. 통치의 요체는 이해관계 조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훈 중앙일보 주필은 칼럼 <대통령이 달라지면, 그게 혁신이다>를 내고 “친절한 대통령이 보고프다”며 “국민과의 대화가 가물가물하다. 위임 CEO가 오너인 국민에게 하는 보고는 의무다. 정권의 치적일 일본과의 관계개선 역시 5700자 일방 담화로 끝내니 맥락 모를 국민들만 갑갑하다”고 지적했다. 최 주필은 “국민 70%가 불안하다는 일본 오염수, 개혁적 결단으로 상찬받았어야 할 긴축 건전 재정 역시 공화국 대통령의 육성 설명이 잘 안 들린다. 그러면 모든 게 '독선적'으로 뒤바뀌고 만다”고 밝혔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여당이 혁신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칼럼 <與 혁신은 '양떼 정당' 반성부터>에서 “국민의힘은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살피는 '양떼 정당'이 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존재론적 반성문을 쓰는 것에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며 “국가의 보편적 이익을 고민하고 추구하거나, 적어도 국익과 지역구 이해관계의 조화를 모색할 정도의 자세는 돼 있는 인물을 어떻게 얼마나 공천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먼저 나와야 한다.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나 용퇴 요구 등은 그다음 수순의 얘기”라고 했다.
손원제 한겨레 논설위원은 <'역시나'로 귀결되는 윤 대통령 첫 '셀프 반성'> 칼럼을 내고 “윤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기대와 동떨어진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국빈 방문 환대에 취해서일까, 잠깐의 각성 효과마저 사라진 듯하다”고 했다. 손 위원은 윤 대통령이 이달 26일 '박정희 추도식'엔 참석하고 이태원 추모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면서 “가눌 수 없는 국민 아픔을 달래는 자리인데, 주최가 누구인지가 그리 중요한가”라고 했다.
손원제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에게 과연 여당의 총선 승리가 절실하긴 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걸로 이미 정치적 목표 달성은 끝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아쉬울 게 없는 대통령이 안 바뀌면, 절박한 여당이라도 소리를 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맹종이 체질이 된 여당 돌아가는 꼴은 기대 난망”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방통심의위 규제 모델 실패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방통위·방심위 규제 모델 실패했다>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두 기관이 정부의 가짜뉴스 프레임에 앞장선 상황에 대한 비판이다. 강 교수는 “사실, 이 두 기구는 원래부터 독립성을 지키기엔 불안한 조직이었다”며 “원칙상, 국가기관의 미디어 내용 심의와 제재는 반헌법적이다. 게다가 여권 다수인 회의체에서 현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불공정하다고 다수결로 정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아니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강형철 교수는 방통심의위가 '김만배 녹취록'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에 방통위가 호응하고, 방심위가 방통위와 협의 후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하겠다고 나섰다. 인터넷상의 뉴스라면 현실적으로 거의 모든 언론이 해당한다. 한국만의 독특하지만 나름 잘 유지되고 있는 언론중재위원회나 국가 검열 시비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자율규제 방식들마저 무력화할 수 있는 무모한 일”이라고 했다.
강형철 교수는 “한국의 방통위 모델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이 한국의 정치문화와 맞지 않는 게 드러났다”며 “또한 국가가 미디어 내용 심의를 하는 방심위는 그 자체로 이례적이고 이미 실패했다. 후일 대통령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권이라도 이 두 기구를 접수해 도구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공론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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