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IPO주관사가 사흘만에 실권주를 대거 팔았다면?(feat.한투)

김보라 2023. 10.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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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증권, 2018년 에이비엘바이오 IPO 주관
대량 실권주 떠안자 상장 3일만에 처분…주가 급락
한투증권 "실권주는 주관사 처분 금지에 해당 안 돼"
금융당국 "11% 실권주 처분…책임있는 IB모습 아냐"
Q. IPO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떠안은 실권주를 상장 3일 만에 팔았다면? 
①그럴 수 있다 ②문제가 있다 ③모르겠다  

위 질문에 대해 독자 여러분은 어떤 답을 내리셨나요.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②문제가 있다', 즉 중대위반이 있다고 보고 해당 증권사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어요.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이에요. 한투증권은 2018년 제약‧바이오 기업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공개(IPO) 주관을 맡으면서 예상치 못한 실권주가 발생하지 이를 사들인 뒤 상장 3일 만에 모두 처분했는데요. 

증선위는 한투증권의 실권주 대량처분이 자본시장법 상 중대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어요. 금융당국은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요.

이 내용을 공시줍줍에서 살펴보는 이유는 최근 많은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IPO주관을 맡은 증권사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특히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량의 주식을 매도한 주관사의 행동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고요.상장 3일 만에 공모주의 10% 처분

▷관련공시: 에이비엘바이오 2018년 12월 27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한국투자증권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보고서'

한투증권이 과태료를 받게 된 문제의 공시예요. 무려 5년 전 공시죠. 해당 공시는 지난해 말 금감원이 한투증권 정기검사를 하면서 문제가 됐어요.  

5년 전 한투증권은 에이비엘바이오 상장 주관을 맡았어요. 주관을 맡기 전 한투증권은 자사 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이미 에이비엘바이오 주식 580만여주를 보유 중이었는데요.  

에이비엘바이오는 공모주 600만주를 팔아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했어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친 결과 에이비엘바이오 공모주 가격은 주당 1만5000원으로 정해졌어요. 

문제는 공모주 수량의 11.3%가 미처 팔리지 못했다는 점. 계약에 따라 주관사인 한투증권은 실권주 물량 67만9240주를 모두 떠안았어요. 예상치 못한 실권주 발생으로 한투증권은 기존 보유주식에 실권주까지 도합 600만주가 넘는 에이비엘바이오 주식을 갖게 됐어요. 

에이비엘바이오가 상장(2018년 12월 19일)한 뒤 3일 뒤인 12월 21일, 한투증권은 실권주로 얻은 67만9240주(115억원 어치)를 시간외매매(장외거래) 방식으로 모두 팔았어요. 

공모가(1만5000원)에 산 주식을 1만7000원에 팔면서 단순 계산하면 한투증권은 1주당 2000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죠. 금감원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에이비엘바이오 실권주 매각을 통해 13억8000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비록 장외거래이지만 공모주물량의 11.3%를 대거 팔면서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전날(20일) 종가 대비 무려 10% 하락했어요. 

금융투자업규정, 주관사 보유주식 매각제한

금융투자업규정 제4-19조(불건전한 인수행위 금지)의 제5호에 따르면 회사의 기업공개 등 주관회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상장일로부터 과거 2년 이내에 취득한 주식 등을 상장일부터 30일 이내 처분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어요. 

규정만 보면 상장 이전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만 매각이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다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인수한 실권주를 매각하는 것이 금융투자업규정에 위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상장 후 취득한 실권주를 포함 모든 주식에 대해 매각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해석을 내렸어요. 

금융위는 "경제적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인 SPAC 주식이라 할지라도 주관사인 증권사의 처분행위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는데요. 

문제는 이미 금융위의 유권해석에도 한투증권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에이비엘바이오 실권주를 상장 3일 만에 전량 처분한 것이죠. 

한투증권 "투자자 고려해 실권주 매도했다"

한투증권의 실권주 대량 매도와 관련 지난 8월 24일 금융위 산하 증선위는 회의를 열고 한투증권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는데요. 한 증선위원은 한투증권에 2017년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인지하고 있었느냐고 물었어요. 

이에 대해 한투증권 관계자는 "저희는 사실 이 실무(에이비엘바이오 실권주 매각 당시)를 할 때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금융위 유권해석이 나왔을 때 한투증권 모든 임직원이 이것을 다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투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SPAC에 관한 사안이고 (한투증권은) 주관업무에 따라 공모 발행한 실권주를 처분한 것으로 명백하게 구분된다(다르다)"며 "의무보유제도나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 역시 실권주 인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변했어요.

대량의 실권주 매각에 대해서도 한투증권은 오히려 에이비엘바이오 투자자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는데요. 

한투증권 관계자는 "이 정도 실권주가 났을 때 공모가 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책임 있는 IB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또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을 했다"고 밝혔어요. 

이어 한투증권 관계자는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실권주 물량 소화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거래가 많이 이루어질 때 처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어요. 

즉, 한투증권은 '책임 있는 IB의 모습'을 보이며 실권주를 대량 매도했다는 입장인 것이죠.

금융당국 "책임 있는 IB모습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투증권의 이러한 해명에도 금융당국은 11%에 달하는 실권주 물량을 상장 3일만에 팔아치운 것은 책임 있는 IB의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했어요. 

증선위 한 위원은 "실권주라 해도 규모가 전체 IPO의 10% 넘어가는데 IPO끝나고 3일 만에 아무리 장외매매라도 팔았다는 것은 책임있는 IB의 모습인지 잘 모르겠다"며 "2017년 금융위 유권해석도 IPO시장의 안정을 유지하자는 취지인만큼 IB라면 상식(실권주 매각제한)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의무"라고 말했어요.  

또 증선위는 시장에서 실권주를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매각했다는 한투증권의 해명에도 일침을 놓았는데요.

증선위 위원은 "시장에서 실권주를 가지고 있으면 부담스러워해 팔았다는 변명이 어디 있느냐"며 "주관사는 상장 후 공정한 가격책정 및 시장조성 등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데 IPO한 지 3일 만에 팔아 놓고 주관사의 의무를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어요.

검사과정에서 한투증권의 실권주 대량매도를 문제 삼았던 금감원 관계자는 "장중대량매매 방식이었고 당일 주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다음날 주가에는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어요. 

금융당국 "주관사 기본적 의무 망각"…과태료 처분

금감원 관계자는 "한투증권이 유권해석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미 공개가 된 지 1년이 더 지난 시점이었다"며 "사실 이미 업계에서는 다 공론화가 되어 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어요. 

한 증선위 위원 역시 "주관사가 단기간에 주식을 처분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위반의 결과를 중대로 보는 것에 이견이 없다"며 "다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투증권이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거래를 했다는 점은 고려할 여지가 없느냐"고 물었어요.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본인들은 굉장히 선량했고 발행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한투증권이 실권주를 던지기 원했다는 등의 업계 태도는 시정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답변했어요. 

금감원은 한투증권이 상장한 지 얼마 안 된 종목을 단기간에 매도한 것은 주관사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망각했다고 봤는데요. 금감원은 애초에 한투증권의 위반 수준을 '보통'으로 정했다가 다시 '중대'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지난 8월 증선위 회의에서는 일단 의결을 보류했는데요. 지난달 열린 증선위에서는 최종적으로 한투증권의 실권주 대량매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한투증권은 금융당국이 위반수준을 '보통'으로 보고 최종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는데요. 증선위가 한투증권의 위반 수준을 '중대'로 보았는지 '보통'으로 보았는지, 또 구체적인 과태료가 어느 정도 될지는 추후 증선위가 공개하는 제재 조치안을 지켜 볼 필요가 있어요.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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