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이런 車는 민폐? 솔직히 타고 싶다”…가족이 더 좋아하니까 [최기성의 허브車]
차력사(車力士), 바퀴달린 사랑방
이젠 덩치값 제대로 하는 ‘대물車’
미국 대물 자동차 문화의 뿌리는 19세기 금을 찾아 광활한 서부를 개척했던 미국인들의 프런티어 정신, 카우보이 문화에 있다.
거친 황무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됐던 강한 남성상과 큰 덩치를 숭상하는 분위기, 청교도가 가져온 가족 중심 문화, 넓은 땅과 싼 기름 값, 안전을 위한 욕구 등이 맞물려 대물 선호 문화가 탄생했다.
한국인도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한다. 인도의 신분차별제인 카스트(caste)처럼 ‘크기=가격=신분’으로 구성된 자동차 카스트가 맹위를 떨쳤다.
차량을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이나 재력을 과시하는 도구로 여기는 분위기가 여전해서다.
일본차에 이어 독일차가 주도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010년대까지는 덩치 큰 미국 SUV를 “덩치 값 못 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게다가 미국 SUV는 유럽·일본 SUV에 비해 크고 공간은 넓지만 투박하고 자상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기름먹는 하마’라는 혹평도 나왔다. 주차공간이 미국보다 좁은 한국에서는 ‘민폐’라는 욕도 먹었다.
미국차 브랜드들도 대물 차를 국내 소개하는 데 주저했다. 대신 중형 SUV를 대형 SUV로 국내 출시했다. 미국에선 중형이지만 국내에서는 대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SUV가 대세가 되면서 미국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장점인 ‘큰 차’에 주목했다.
국산 대형 SUV인 현대차 팰리세이드, 국내에서 대형 SUV 취급을 받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인기를 끈 것도 대물 차에 대한 인식 개선에 한몫했다고 여겼다.
포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대물 브랜드인 지엠(GM)은 이에 멀티 브랜드 전략을 한국에도 적극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형 픽업트럭인 쉐보레 콜로라도와 국내에서는 대형 SUV 대접받는 쉐보레 트래버스로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한몫했다.
지엠은 지난해부터 대우 티코와 한국지엠 마티즈를 계승한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는 단종하는 대신 장기인 대물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최고 등급의 하이컨트리(High Country) 모델이 판매된다. 쉐보레는 타호 출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소형부터 초대형을 아우르는 SUV 라인업을 구축했다.
타호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플래그십 SUV다. ‘가성비 높은 에스컬레이드’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초대형 SUV로 출시되는 타호는 크기부터 남다르다. 전장x전폭x전고는 5352x2060x1925mm다.
현대차 팰리세이드(4980x1975x1750mm)는 물론 카니발(5155x1995x1775mm)보다 크다. 경쟁차종인 포드 익스페디션(5335x2075x1945mm)과는 크기가 비슷하다.
공간은 광활하다. 국내 판매 SUV 중 가장 넓다. 기존 모델보다 30% 확장됐기 때문이다.
기본 적재공간은 722ℓ, 2열까지 접을 경우 최대용량은 3480ℓ에 달한다. 성인 남성 7명이 짐을 트렁크에 실은 채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레그룸은 2열이 1067mm다. 3열은 기존모델보다 41% 넓어진 886mm다. 3열에 성인이 앉기에 불편한 기존 대형 SUV와 달리 성인 3명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 2열과 3열을 접으면 성인 3명이 누울 수 있는 차박 공간이 나온다.
GMC 시에라는 국내 최초로 정식 출시되는 풀사이즈 수입 픽업이다. 기존에는 중형 픽업만 나왔다.
GMC 시에라는 전장x전폭x전고가 5890x2065x1950mm에 달한다. 역대급 크기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고급스러움도 강조했다. 천공 천연가죽 시트를 비롯해 갈바노 크롬, 나무 질감이 살아있는 오픈포어우드, 알루미늄 크롬 가니시 등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12.3인치 디지털 컬러 클러스터, 13.4인치 고해상도 컬러 터치 스크린, 15인치 멀티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화면구성도 압도적이다.
최고출력은 426마력, 최대토크는 63.6kg.m에 달하는 괴력을 발산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시에라는 최대 3.9톤, 타호는최대 3.4톤 무게의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다. 차력사(車力士)다.
단점은 역시 주차공간이다. 주차난이 심각한 도심이나 아파트 거주자들이 퍼스트카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차 민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주차공간만 확보할 수 있다면 덩치 크고 공간 넉넉하고 힘 좋고 속은 편안해 가족이 더 좋아하는 ‘패밀리카 끝판왕’이자 ‘바퀴달린 사랑방’이 된다. 덩달아 아빠는 슈퍼맨, 가족은 VIP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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