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재건서 ‘새 왕조 구축’…울산 현대 창단 첫 K리그 2연패! 프런트도 1등 시대 [SS현장속으로]

김용일 2023. 10.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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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가운데)이 2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 K리그1 대구FC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리그 2연패를 확정한 뒤 코칭스태프와 포옹을 하고 있다. 울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이젠 명가 재건을 넘어 ‘왕조 구축’의 토대를 마련했다. 울산 현대가 창단 첫 K리그1 2연패 위업을 달성, 2020년대 프로축구 새로운 ‘1강 시대’를 열어젖혔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은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파이널A 2차전) 대구FC와 홈경기에서 2-0 완승했다. 승점 70(21승7무7패) 고지를 밟은 울산은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60)와 승점 차를 10으로 벌리면서 리그 잔여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홍 감독 체제에서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이룬 울산은 창단 첫 2연패이자 통산 4번째 별(1996 2005 2022 2023)을 달았다. 특히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제패를 더해 최근 4시즌 사이 리그 2회, ACL 1회 우승을 이뤄내면서 명실공히 K리그 최강의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홍명보표 리스크 매니지먼트, 2연패 열쇠로

홍 감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울산이 2연패를 달성하는 데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됐다. 다수 스타 선수의 존재에도 ‘비즈니스 구단’이란 오명을 안으며 팀 스피릿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울산은 2020년까지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허용하며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2021년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강력한 ‘원 팀’으로 거듭나며 지난해 17년 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열매’는 코치진과 선수단의 신뢰를 한 차원 끌어올리면서 더욱 단단한 팀 뿌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홍 감독은 ‘무불통지(無不通知·무엇이든 환히 통해 모르는 게 없다)’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울산은 초반 6연승 2회, 5연승 1회로 독보적인 선두를 달렸는데 지난 6월 주력 선수가 소셜미디어(SNS)상에 인종차별적 발언을 남겼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또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가 아랍에미리트(UAE) 리그로 이적하면서 공백이 발생하는 등 어수선한 하반기를 보내야 했다. 8월 이후 지난 10월 A매치 브레이크 전까지 단 2승(5무2패)으로 주춤했다.



선수 심리를 꿰뚫는 홍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우선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주장단 변화를 통해 리더급의 책임감을 바로 잡았다. 박용우의 공백도 새로운 선수 영입 대신 기존 요원을 신뢰하며 밀고 나갔다. 최근엔 빌드업에 탁월한 이청용을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시켜 효력을 보기도 했다.

A매치 기간에도 선수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바베큐파티를 여는 등 자유를 부여했다. 결국 지난 21일 광주FC와 파이널A 첫판에서 0-1로 졌지만 경기력이 크게 나아졌고 사흘 뒤 조호르(말레이시아)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3-1 승)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또 ‘현대가 라이벌’ 전북이 시즌 내내 부진했고, ‘동해안 라이벌’ 포항도 최근 5경기에서 무승(4무1패)에 그치면서 대구전에서 울산은 조기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이날 경기에서 전반 내내 상대 파이브백에 고전했으나 후반 홍 감독이 교체로 투입한 김민혁, 장시영이 보란 듯이 연속포를 펑펑 터뜨리면서 우승에 골인했다. 매니지형 지도자로 거듭난 홍 감독의 역량, 그리고 마법의 용병술이 또 한 번 빛을 발휘한 것이다.

여기에 제주에서 뛰다가 친정팀에 복귀한 주민규가 15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며 제 몫을 해주는 등 새 얼굴도 홍명보호에 무난히 녹아들면서 우승에 커다란 힘이 됐다.



◇프런트도 1등 시대…지방 구단 한계 깨고 30만 관중 시대 활짝

울산의 왕조 구축은 비단 경기력과 성적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프런트도 1등 시대를 맞았다. 선수단 라커룸을 개방해 제작한 자체 다큐멘터리 ‘푸른파도’의 성공과 수도권으로 팬 확장을 통해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3년째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울산은 대구전에서 30만 관중(1만8933명 입장·누적 30만406명)을 돌파했다.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한 시즌 최다이자 구단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올 시즌 울산은 2만에 육박하는 평균 관중으로 객단가 기준 경기당 2억 원 수준의 입장권 수익을 냈다. 또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F&B 사업권을 따내 경기당 6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찍고 있다. K리그 지방 구단의 한계를 넘어선 새 역사로 평가받는다. 소문난 경기력과 볼거리로 전국 각지에서 울산 푸른 유니폼을 입은 팬이 몰리면서 ‘전국구 구단’으로 거듭났다.



홍 감독은 “2연패 주인공은 내가 아닌 선수다. 그리고 수도권 뿐 아니라 문수경기장에 팬이 많아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큰 에너지가 이곳에 들어오는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지난해 리그 MVP를 수상한 베테랑 이청용은 “시즌 중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선참 뿐 아니라 어린 선수, 코치진, 스태프가 하나가 돼 2연패를 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동료에게 돌렸다.

30만 관중시대를 열어젖히며 지방구단의 한계를 깬 울산은 더 높은 꿈을 그린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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