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지역대학의 위기는 대학만의 문제일까

최인호 충남대 교수회장 2023.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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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충남대 교수회장

수도권 집중화와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의 위기는 대학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지역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지역대학은 해당 지역의 정주인구를 좌우하고 상권의 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대학이 사라지거나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 지역의 인구는 줄어들고 상권은 위축된다. 특히 지역대학이 있기에 지역에 강한 애착을 갖는 주민들이 영속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지역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이다. 지역이 소멸하면 국가도 소멸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거나 간과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역대학의 위기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곧 폭발할 시한폭탄과 같다. 한국사회의 모순이 집약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중앙집권화된 권력지향적 질서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화와 강고한 대학서열체제는 시간이 갈수록 고착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지역의 어느 국립대보다 대학 입시생들이 선호하는 인서울대학이 존재하는 곳, 질 좋은 일자리와 높은 수준의 문화적 환경이 집적되어 있어 자본, 권력, 사람이 집중되는 곳, 말 그대로 국가의 중심인 서울이 확장된 수도권. 그래서 전국은 서울과 지방으로 나뉘고, 서울 사람들은 다른 지역을 시골로 부른다. 집값의 폭등, 교통난, 환경오염, 양극화, 취업난, 사교육비용, 저출산 등 수도권의 과밀화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줄이고 지방을 살리기 위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고 각 지역에 혁신도시를 만들어도 기존의 질서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수도권 자체가 블랙홀과 같은 무서운 구심력을 가진 거대한 기득권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치인과 주민들은 지역에 살면서도 자녀들을 인서울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만을 바라보며 다른 지역과 협력하기 보다는 경쟁한다. 그래서 지역대학의 위기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거나 지역대학을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면 교수들의 밥그릇 지키기 차원으로 보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공무원들도 지역대학을 홀대한다. 지역에서조차 외면받는 지역대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중심의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가권력(정부·언론·재벌)이 진지하게 나설 까닭이 없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급기야 올드보이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귀환하여 '교육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지역대학 죽이기 정책을 펼쳐도 지역언론마저 현 정부의 새로운 대학정책을 지역대학 육성책으로 홍보하는 역설을 마주하게 된다. 생존에 급급한 지역대학의 총장들은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교육부에 순응하고,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을 위시한 7개의 교수·연구자단체가 결성한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이주호식 대학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연이어 배포해도 기사를 써주는 언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두려워할 것이 없는 이주호 장관은 국교련이나 전국교수연대회의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역대학의 주축인 국립대의 교수회장들이 단체로 한 목소리를 내도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여긴다. 한편, 교수회를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총장들과 각자도생에 익숙해진 교수들의 이기심, 무관심 또는 자포자기는 건전한 비판과 대안의 제시를 통한 문제 해결의 동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국가적 난제인 지역대학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연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관심과 인식을 높이고 사회적 합의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기본방향은 수도권 집중화의 해소와 대학서열체제의 완화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재정지원의 규모와 총액지원방식의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정책이 잘 결합한다면 지역대학을 살리는 동시에 지역을 진정으로 살리는 지름길이 된다. 지역대학의 육성이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전략이라는 통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인호 충남대 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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