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의대 증원이 어떤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요즘 의료와 관련한 이슈가 매일 다뤄진다. 의대 쏠림현상, 절대 의사수 부족, 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의 의사 부족과 의대 증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런 분위기에 외과 의사이기도 하고, 의과대학 교수이기도 한 필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일도 많아졌다. 심각성은 같이 공감하지만 특단의 해결책은 딱히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나는 의료와 관련한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해결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의사와 대중들 사이의 시각차이나 오해가 올바른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사안에 대한 문제 인식과 그 해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의대 쏠림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여러 번 과열된 의대 쏠림 현상은 한편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불안함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생존하기 위한 전략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직업 선택에 있어 소수의 전문직 이외에는 매력적인 대안이 없는 단조로운 사회, 실직이 가지는 파괴적인 결과,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직업의 중요성과 취약함을 지원하는 제도의 부족함 등도 분명히 한몫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에 유리한 의대에 인재가 쏠리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 아닐까? 당장의 해법은 없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앞으로의 미래에도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둘째 의사가 부족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각종 통계를 들어 여기저기서 우리나라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는 2번째로 낮고 평균 3.7명과 비교해도 낮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분명 의사 수는 부족하다. 하지만 의료 서비스는 단순하게 의사 수라는 단편적인 비교만으로는 평가하기 힘들다.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적정한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병상수가 OECD 평균의 3배 이상이고, 환자의 외래 이용 횟수는 연간 15.7회로 평균보다는 훨씬 높아 1위라고 한다. 이 말은 우리나라의 국민이 의사를 더 자주 만나고, 입원할 의료시설이 더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적정 의사 수 산정에 고민할 부분이 있는 지점이다.
오히려 의료인력의 장기계획에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대칭적인 의료인의 분포다. 수도권의 의료인력과 시설의 과도한 집중, 특정 과를 기피하는 현상과 인기과의 전공의 쏠림이다. 그래서 단순하게 의사 수를 늘리는 것 이외에 의료자원 특히 의료진의 배분의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의대 증원으로 소위 '필수의료 부족현상'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성이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사 수가 늘어나고 늘어난 의사의 일부가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고민점이 있다. 의대 교육은 갑작스럽게 입학정원을 늘릴 수가 없다. 대학과 교수진 그리고 실습병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착실한 준비와 이해 당사자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또 의대생과 배출되는 의사의 증가가 실제로 인기 없는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전문가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필수의료 인력 보충을 위해서는 필수의료의 '인기 없음'을 우선 해결해 주어야 한다. '필수의료'의 동의어는 '전공의 지원 기피과'이다. 이런 기피 현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원의 확대는 인기과의 경쟁률만 높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의료현안에 대한 시각차를 줄이자는 의도로 시작한 글인데 오히려 오해를 준 것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도 '이러다가 내가 아프면 나중에 누가 수술해 줄까?'라는 넉두리를 한다. 의사도 아프면 같은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김정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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