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은 기본, 인격모독은 덤”…교장·교감이란 ‘면죄부’

김기현 기자 2023. 10. 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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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3년간 피해 신고 203건 ‘전국 최다’
이중 83.7% ‘해당 없음’ 솜방망이 처분
전교조 경기지부 “교육당국 카르텔 의심”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1. 경기지역 A고등학교 교감은 회식자리에서 젊은 교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권유한 바 있다. 이 교감은 또 교사에게 강제로 ‘전보 내신서’를 작성하도록 하기도 했다. 전보 내신서는 교사가 지역·학교 이동 관련 요구사항을 적는 서류다. 이는 모두 ‘갑질’에 해당하는 행위다. 참다못한 피해 교원은 결국 갑질 신고를 접수했으나, 돌아온 건 고작 주의·경고 수준의 행정처분이었다. 이 때문에 용기를 내 갑질 신고를 한 교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행여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2. “학교 업무가 하기 싫으면, 사표를 쓰고 나가.” 경기지역 B중학교 교감이 교원을 향해 내뱉은 폭언이다. 심지어 이 교감은 교원의 이석을 금지·제한하거나 초과근무 결재를 임의로 지연시키는 등 불필요하게 행정력을 낭비하기도 했다. 이에 모욕감을 느낀 일부 교원은 곧바로 갑질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갑질 조사 결과는 ‘해당 없음’. 이에 따라 이 교감은 아직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피해 교원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만 살펴야 하는 신세가 된 이유다.

경기지역 ‘학교관리자(교장·교감) 갑질 신고’가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육당국 내 카르텔 등으로 피해 사실이 확인돼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교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안양 만안)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0~2023(9월 기준) 경기도 초·중·고 교장·교감의 갑질 신고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갑질 신고는 총 203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이 가운데 83.7%(170건)가 혐의 없음 처분과 다르지 않은 ‘해당 없음’으로 처리됐다. 나머지 33건 중 중징계를 받은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경징계나 신분상 조치 등을 받은 경우도 21건에 지나지 않았다. 8건은 아직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허원희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교장·교감에 대한 갑질 신고 대부분이 교육청 자체 판단 하에 견책이나 경고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카르텔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이 때문에 갑질 피해 교원들이 신고조차 안 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득구 의원은 “교원이 갑질을 경험했더라도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 보호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갑질 신고가 들어오면 면밀하게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학교 관리자에 대한 갑질 신고는 각 시·도교육청에 운영 중인 신고센터에서 접수 중이다. 갑질 신고가 접수되면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등 조사에 나선 후 갑질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갑질이라고 결론나면 신분상 조치(주의·경고 등), 경징계(견책·감봉), 중징계(정직·강등·해임·파면) 등을 내릴 수 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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