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싸서 선수들 챙긴 그 팬들... 소노 감동 농구의 힘, 에이스도 감동한 뜨거운 응원 [고양 현장]

고양=이원희 기자 2023. 10.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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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고양=이원희 기자]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준 고양 소노 팬들. /사진=KBL 제공
이정현(가운데 등번호 6번)을 비롯해 고양 소노 선수들이 승리 이후 팬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힘들 때부터 팬분들이 너무 열심히 응원해주셨다. 감사하다."

개막 3연패 이후 홈에서 이뤄낸 감동적인 첫 승. 무려 34점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끈 고양 소노의 '에이스' 이정현(24)은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소노가 고양 홈팬들 앞에서 역사적인 구단 창단 첫 승리를 선물했다. 소노는 29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99-88로 이겼다.

3연패 소노와 3연승 현대모비스의 맞대결. 하지만 소노는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이정현이 3점슛 7개를 던져 모두 성공시켰고, 외국인선수 디욘테 데이비스는 23점을 넣으며 재로드 존스의 3쿼터 5반칙 퇴장 공백을 메웠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을 가득 채운 소노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기분 좋게 화답했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힘들 때부터 팬분들이 너무 열심히 응원해주셨다. 이번 경기도 연패 중인데 많이 찾아와서 응원을 보내주셨다"며 "좋은 경기력으로 연패를 끊는 것이 팬들 응원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3080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같은 날 열린 서울 삼성-창원 LG(잠실·2591명), 대구 한국가스공사-서울 SK(대구·1524명)보다 많은 팬들이 모였다.

사실 고양 팬들은 소노 선수들에게 특별한 존재다. 지난 시즌 부실한 경영의 '데이원 사태'로 선수단까지 피해가 막심할 때 버팀목이 됐다. 데이원 구단은 선수단, 직원 임금 체불 등 재정난을 겪다가 지난 6월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리그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선수들은 팀을 잃었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구단이 없는 상황에서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경기장에서 비시즌 훈련을 소화했다.

고양 팬들이 선수들의 버팀목이 됐다. 선수들이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힘들어할 때 도시락까지 싸들고 찾아와 힘을 불어넣었다. 소노 주장 김강선은 "팬분들께서 사비로 도시락과 간식, 커피까지 챙겨주셨다"며 "너무 감사하다. 팬분들만 생각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진심을 전한 바 있다.

지난 6월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소노 선수들. /사진=이원희 기자
이후 소노가 새롭게 창단해 선수들은 다시 한 번 마음껏 코트를 누비게 됐다. 연고지는 기존 연고지인 고양시를 그대로 유지했다. 고양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계속 볼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고양 팬들의 응원은 엄청났다. 피 말리는 4쿼터가 되자 고양 팬들은 소노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고양 팬들과 하이파이브하는 전성현. /사진=KBL 제공
이정현(왼쪽)과 조쉬 토랄바. /사진=KBL 제공
이는 선수들을 뛰게 하는 힘이었다. 소노 가드 김진유는 허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선보였다. 아픈 허리를 잡고 뛰었고, 불리한 위치에서도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싸움을 가담해 공을 따냈다. 결국 경기 시작 3분도 되지 않아 들것에 실려 나갔다.

'37세 캡틴' 김강선은 공을 잡기 위해 2쿼터 7분 53초 상대가 잡을 공을 쳐내기 위해 라인 밖으로 몸을 내던져 수비했다. 또 자신보다 10cm 더 큰 현대모비스 빅맨들을 상대로도 부딪히며 골밑 싸움을 벌였다. '불꽃슈터' 전성현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몫을 해냈다. 경기 중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결정적일 때 3점슛을 꽂아 넣었다. 고양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이정현(가운데). /사진=KBL 제공
고양 소노. /사진=KBL 제공
역사적인 승리에 고양 팬들은 코트 안으로 들어와 선수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주장 김강선은 "감사하다. 앞으로 더 이길 수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승기 소노 감독은 "선수단에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 '멤버가 약하고 경기에 지더라도 대충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고 얘기했다"며 "없는 전력이라도 이번 승리처럼 열심히 한다면 팬들이 좋아해 줄 것이다. 개막 4경기 만에 감동 농구를 했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농구"라고 말했다.

주장 김강선. /사진=KBL 제공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고양 소노 치어리더. /사진=KBL 제공

고양=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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