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돋보기]소득대체율 딜레마, '다층연금'으로 풀어야

송길호 2023. 10.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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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민연금 개혁안이 숫자 없이 발표됐다. 1년 이상 논의했음에도 왜 숫자를 만들지 못했는지 정치환경을 떠나 연금개혁 프레임 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험료 인상에는 대체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를 위해 더 부담하자는데 이견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을 얼마나 보장할 것인가 하는 소득대체율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인빈곤을 생각하면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하고 기금고갈과 세대간 형평을 생각하면 높이기 어려운 딜레마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재정위기 상태의 공적연금을 개혁하면서 공적연금만으로 소득대체율 해법을 찾는 나라는 없다. 가장 우수한 유럽형 연금제도로 평가받는 네델란드도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29%까지 떨어졌다. 퇴직연금 소득대체율이 40%로 더 높다. 소득대체율은 다층연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세계은행(WB),경제협렵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모두 하나같이 다층연금을 이용한 노후소득 안정을 권고하고 있지 않은가. 선진국 연금개혁을 봐도 공적연금만 개혁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도 지난 1년 동안 국민연금이 아닌 다층연금으로 구조개혁의 프레임을 준비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다층연금을 개혁해야 문제가 풀린다. 선진국은 이미 소득대체율의 중추가 퇴직연금으로 바뀌고 있다. OECD 소득대체율 통계를 보면 네델란드는 물론이고, 영국도 공적연금(21%)보다 퇴직연금(27%)이, 미국도 공적연금(39%)보다 퇴직연금(42%)이 더 높다. 우리나라는 다층연금을 하나의 테이블에 놓는 연금개혁을 한 적이 없다. 현재 350조원, 10년내 1000조원으로 성장할 퇴직연금 규모를 고려하면, 이제야 다층연금 구조개혁 속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정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만시지탄이다.

그럼 다층연금 구조개혁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큰 변화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 역할 분담이다. 적정소득대체율 70% 달성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를 제외한 나머지 30%를 사적연금이 담담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제도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개혁방안에 포함하는 것이다. 30% 역할분담이 가능하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 필요성은 약화될 것이며, 어렵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거나 4층 노후안전망(가계자산)인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퇴직연금 구조개혁을 최대치로 달성하는 것이다. 퇴직연금 보험료는 국민연금과 비슷한데 소득대체율은 개인연금과 함께 각각 10% 초반에 머물러 있다. 개선 여지가 매우 커 정책 효과도 클 것이다. 필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제도개혁을 하면 개인연금과 합쳐 30%의 소득대체율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 선진국처럼 기금형을 도입해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영국식 자동가입제도를 통해 가입 사각지대를 해소하면 가능하다. 이 같은 퇴직연금 개혁 플랜을 통해 노후소득보장을 설득할 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갈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공적연금은 근로세대 보험료로 은퇴세대 연금을 주는 부과식 연금이기 때문에 보험료와 급여에 있어 세대간 형평이 제도 영속성의 전제조건이다. 인구구조가 급변할수록 이 같은 세대형평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며, 우리나라는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 기금고갈시대의 공적연금은 세대형평을 위한 재정안정이 상위의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노후소득안정은 국가의 일반적 책무에 해당함으로 부과방식이 아닌 기금고갈 걱정 없는 사적연금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비전을 명확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층연금 구조개혁은 부처별로 권한과 책임이 분산된 거버넌스로는 진행되기 어렵다.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통합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다층연금 전체를 통할할 수 있는 규제감독체제 구축을 염두에 두고 다층연금 구조개혁이 신속히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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