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무브]③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IPO 핵심은 기업가치 산정… 내년 1위 목표”

오귀환 기자 2023. 10.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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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글로벌서비스 이어 LG CNS도 자신감
“유망 산업분야, 우주항공·2차전지·반도체·ESG”
“리서치센터와의 긴밀한 협력이 KB만의 강점”

‘20조’. 2021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들어온 돈이다.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 홍수 속에서 만들어진 성적표다. 하지만 미국의 긴축 기조로 인해 잔치가 끝났다. 대어(大魚)들이 활개 치다 사라진 빈자리는 중소형주가 채우고 있고, 아무 공모주나 투자해도 이익을 내던 것도 옛일이 됐다. 최근 시장이 꿈틀댄다고는 하나 팬데믹 때와 같은 활황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투자자는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요 증권사 IPO 본부장들을 만나 시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유승창 KB증권 본부장은 IPO 주관 계약에서 핵심은 적절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내년엔 대형사와 중소형사 주관을 고르게 따내 주식자본시장(ECM) 업계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영업과 네트워크로 주관 계약을 따던 시절은 지났다”며 “합리적인 기업가치 산정으로 발행사와 기존 주주, 시장 참여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KB증권

유 본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KB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했다. 센터장 출신이 기업금융(IB) 부문을 이끈 사례가 적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1999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운용본부장을 거쳐 2011년 KB증권에 합류했다.

그는 “리서치 경력을 의도적으로 살리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IPO 업무를 하다 보니 결국 스토리와 숫자가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며 “리서치 부문과 교류가 깊어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유망 산업 분야로 우주항공과 ESG, 2차전지, 시스템 반도체 등을 꼽았다. 그는 “2차전지 섹터는 증시에서 잠시 주춤하지만, 여전히 기회가 남아있다”며 “시스템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KB증권은 올 상반기까지 IPO 대표 주관을 따내지 못했지만, 한싹에 이어 쏘닉스, LS머트리얼즈까지 대표 주관에 성공했고, 두산로보틱스 공동 주관도 따냈다. 내년 상반기 대어인 HD현대글로벌서비스도 수임에 성공했고, LG CNS도 가시권에 있다. 대형 딜을 바탕으로 중소형 딜도 따내 빅3(미래·NH·한투證)에 재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한싹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성과를 자평해 보자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2020년과 2021년에 규모가 큰 기업들의 상장을 맡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소형 규모의 기업들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올해 상장이 예정됐던 대형 기업들이 IPO시장 침체로 연기되거나 철회되는 경우가 많아 공백기가 있었다. 다행히 하반기 한싹을 비롯해 쏘닉스와 에코아이, 단석산업 등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리서치센터장을 지내다 옮겼는데, IPO 업무 시 가장 어려운 점은.

“리서치는 공개된 기업을 다루다 보니 정보가 굉장히 많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논거를 밝히면 된다. 시장에서 그 기업을 사는 건 그다음 문제다. IPO 업무는 시장이라는 변수도 추가된다. 4차 방정식 정도 되는 것 같다. 주관사, 발행사, 거래소, 시장 모두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이를 맞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리서치센터 경력뿐 아니라 운용사 경험도 도움이 됐다.”

―좋은 회사를 찾는 기준은.

“회사가 속한 산업의 성장성과 매출이 중요하다. 산업의 성장성이 좋으면 조금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부여한다. 이익은 늘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회사는 최적은 아니다. 비상장회사는 비용 관리나 내부 통제 등이 취약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듬어서 이익을 늘릴 수 있다. 물론 레드오션 시장에서도 좋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

―비상장사 입장에서 KB증권을 찾았을 때 장점이 있다면.

“리서치센터와 협업이 가장 잘되는 증권사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리서치센터 비용의 일부를 IB부서에서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에 거부감이 덜 하다. 주관 계약을 따낼 때 리서치센터 인력이 직접 와서 산업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성장 로드맵 등을 작성해 주면 큰 도움이 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랜 기간 해당 분야를 들여다봤기 때문에 제공하는 내용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내년 목표는.

“ECM분야 1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도전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 주관 계약은 이미 따냈고, LG CNS도 가시권에 있다. 내년에는 대형과 중소형 딜이 고르게 잘 올라가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시장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공모주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투자할 기업이 비교기업으로 어디를 골랐는지 정도는 살펴봐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신고서를 보면 나온다. 특정 기업을 언급할 순 없지만, 다소 황당하게 비교기업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 주요 기관들이 보호예수를 얼마나 걸었는지도 중요하다. 보호예수를 많이 걸었다는 건 그만큼 기업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2~3년 이상 보유할 생각으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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