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뻥튀기에 상장 후 낙폭 커”… 상장 수수료 비싼 새내기주들엔 공통점이 있다

강정아 기자 2023.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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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5% 이상 IPO 수수료 챙긴 기업들, 상장 후 주가 ‘뚝’
에이엘티, 수수료 6.5%지만 상장 첫날부터 주가 하락
프리 IPO 통한 지분 투자에 증권사 ‘셀프 상장’ 논란도

최근 신규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증권사)에 상장 수수료를 비싸게 낸 곳들이 유독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주관사에 수수료를 더 지급하고 공모가를 비교적 높은 가격에 책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증권사는 상장 전 지분투자 후 해당 기업을 IPO(기업공개)했는데,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셀프 상장’ 의혹도 제기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인 에이엘티는 지난 7월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새내기주다. 에이엘티는 공모 당시 5%의 인수 수수료와 공모 이후 1.5%의 성과 보수를 책정해 인수 규모의 6.5%(약 15억원)를 상장 수수료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지급했다. 보통 상장 수수료로 인수 규모의 2~3%를 책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이엘티의 수수료는 적지 않은 편이다. 에이엘티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일반 청약에서 2512대 1을 기록하며 올해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증권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전경. /조선DB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장일 당시 공모가(2만5000원) 대비 31% 상승한 3만2750원이 장중 최고가였고, 9.8% 내린 2만2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공모가를 넘긴 날은 상장 이후 9월 6일과 12일 이틀에 불과했다. 에이엘티는 지난 27일 1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29.60% 떨어진 것이다.

주가 하락률이 큰 곳 중 하나로 올해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디지털마케팅 솔루션 전문업체 오브젠도 꼽힌다. 오브젠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상장 수수료로 약 8억원을 냈는데 이는 인수 규모의 약 5.5%에 달한다.

오브젠은 상장 과정에서 ‘셀프 상장’ 논란이 일었다. 수요 예측에 참가한 기관 중 60% 이상이 공모 희망가 밴드(1만8000~2만4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출했는데도 희망 가격 범위인 1만8000원을 공모가로 확정한 것이다.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1주당 1117원에 오브젠 주식 13만5000주를 취득한 바 있다. 이에 투자했던 기업을 직접 상장시키면서 공모가를 높게 평가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오브젠은 우려를 딛고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양호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일시적이었다. 오브젠은 올해 2월 8일 7만5300원까지 올랐지만 계속 하락해 현재는 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7일 오브젠은 장중 2만원까지 내리며 연중 최저가를 찍기도 했다.

지난주(27일) 상장한 반도체 설계자산 전문기업 퀄리타스반도체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퀄리타스반도체의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상장 수수료로 5%(약 15억원)를 받는다.

상장 첫날 퀄리타스반도체는 공모가(1만7000원) 대비 71.76% 오른 시초가(2만9200원)를 만든 뒤 개장 2분 만에 3만9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 대비 29.28% 하락, 공모가 대비 21.47% 오른 수치다. 이달 6~1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 2039개사가 참여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프리 IPO 투자를 통해 1주당 6236원에 퀄리타스반도체 주식 32만880주를 사들인 바 있다. 공모가 기준 평가 가치는 약 55억원으로, 공모가에 매도한다면 한국투자증권은 35억원 규모의 차익을 얻는다. 한국투자증권은 프리 IPO 지분에 대해 1·3개월의 보호예수를 설정한 상태다. 일각에선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증권사가 상장 전 투자를 하고, 상장 주관을 맡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올해 상장한 기업 중 5% 이상의 수수료를 제공한 기업들은 스마트레이더시스템(수수료 6%), 센서뷰(5%), 알멕(5%) 등이 있다.지난27일 기준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을 제외하고 모두 공모가를 밑돈다. 해당 기업들은 상장 후 주가가 2~8거래일 오른 뒤 모두 하락 전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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