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 도심에서 단풍놀이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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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코스타리카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말이 '푸라 비다(pura vida)'다.
자연처럼 순수한 삶이 코스타리카를 세계 행복 지수 1위 국가로 만들었다.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현대인은 '직면한 문제에 속수무책인 사회·제도적 구조'인 '쇠 우리(iron cage)'에 갇힌 지 오래되었다.
주말에는 이벤트들로 넘쳐나는 행사장으로 변모하고 공원 관리비는 연접한 상가와 회사들이 혜택으로 얻은 이익을 모든 시민과 나누기 위해 스스로 충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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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코스타리카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말이 '푸라 비다(pura vida)'다. 순수한 삶(pure life)란 의미다. 이 인사말처럼 그곳의 자연은 순수하고 사람들도 자연처럼 순수하다. 어떤 경우에도 '푸라 비다'라고 말하면 용서하고 이해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자연처럼 순수한 삶이 코스타리카를 세계 행복 지수 1위 국가로 만들었다. 자연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인사말이 '순수한 삶'이 된 것이다.
서울 수준의 세계 대도시 어디에도 산이 만들어 내는 빼어난 자연경관이 있고 그곳에 내린 빗방울이 맑은 옹달샘을 이루고 실개천으로 이어져 장엄한 강에 합류되는 사례는 없다. 그렇다면 서울시민이 세계도시인 중에 가장 행복 지수가 높아야 하지 않을까?
현대사회는 무한 경쟁의 '성과사회'이고 '피로사회'이다. 서로 부러워하는 것이 '영웅호걸 이야기'가 아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성공' 이야기이다. 현대도시는 시민이 하루 생활의 '살아남기 위한 투쟁' 공간이다. 매일 '인간이라는 직업' 전선에서 '승리'보다는 '무탈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해야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현대인은 '직면한 문제에 속수무책인 사회·제도적 구조'인 '쇠 우리(iron cage)'에 갇힌 지 오래되었다. 현대도시에 있는 '쇠 우리'라는 장애물의 다양한 경계를 허물고, 도시 곳곳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삶의 쉼터'를 제공해야 시민이 '성과와 피로사회'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뉴욕 맨해튼에 가면 가로수 한그루를 찾는 것이 보물찾기보다 힘들다. 한 조각의 땅값이 얼마인데 가로수를 심기를 기대했느냐고 쓴소리를 들었다. 대신 세계가 부러워하는 공원, 센트럴파크(Central Park)가 있다는 자랑을 들었다. 부럽지 않다고 했다.
바라보며 무척 부러워했던 곳은 뉴욕시민이 가장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이었다. 동네공원이지만 점심시간에는 인접 주민과 회사원들이 그곳에서 햄버거 등을 점심으로 먹거나 이웃과 만나서 담화를 나누기도 하고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면서 공원을 가득 메운다. 주말에는 이벤트들로 넘쳐나는 행사장으로 변모하고 공원 관리비는 연접한 상가와 회사들이 혜택으로 얻은 이익을 모든 시민과 나누기 위해 스스로 충당한다고 한다.
이러한 평범한 '시민의 쉼터' 역할을 광화문의 '월대'와 세운지구에 조각보처럼 이어져 완성될 '생활녹지공원'이 해주기를 기대한다. 오세훈 시장이 세운지구라는 연못에 던진 조약돌 하나가 동심원이 되어 서울이라는 큰 호수 가장자리까지 이어져, 훗날에는 사무실만 벗어나도 바로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는 기적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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