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수임 사건 DB화… 정부 정책 수립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공공기관 다시 뛴다]

임주형 2023. 10. 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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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법무공단
부당한 패소 막아 국가 이익 보호
정책수립·집행서 법적 분쟁 예방
입찰담합 등 2만 3920건 소송 지원
고객은 정부 한정, 수임 제약도 많아
자체 수입 운영으로 재정여건 취약
“전문인력 확보 위한 예산 지원 필요
고객 다변화 등 수입구조 혁신 추진”
조희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공단 본부에서 그동안 수행한 국가 소송 사건 등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데이터베이스(DB)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정부가 소송에서 부당하게 지는 걸 막아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미리 검토해 분쟁을 예방하고 적법한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공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인 정부법무공단의 조희진(61·사법연수원 19기) 이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공단 본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단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단은 독점적인 지위 없이 민간 로펌과 경쟁해 얻은 자체 수입으로 기관을 운영하면서도 전문성 있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공단이 그간 수행한 소송 사건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와 공공기관의 정책 수립, 추진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공단은 국가 등을 대신해 많은 소송 업무를 수행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8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소송 사건 2만 3920건을 수행하며 공공 법률지원 사무를 선도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판례가 변경된 ‘금지금(金地金) 변칙 거래 관련 조세 소송’이 대표적이다. 순도 99.5% 이상의 금괴인 금지금을 변칙적으로 유통해 부가가치세를 탈세한 업체에 국가가 세금을 물리는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끌어냈다. 유사 사건에 대한 선례로 남으면서 수조원대의 국가재정을 보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공공 발주 사업에서 입찰 담합한 행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하철과 하수처리시설 공사, 학교와 군부대의 물품구매 입찰 과정에서 담합 행위로 인해 발생한 국고 손실을 환수하기 위해 담합 행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월까지 4337억원의 국고 손실액을 환수했다.”

-재임 기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공단은 민간 로펌과 경쟁해 얻은 자체 수입으로 기관을 운영해야 하는데, 고객이 정부부처 등으로만 한정돼 있다. 형사사건과 가사사건은 수행할 수 없도록 사업 범위도 제한돼 있다. 이런 제약 속에서 전문성 있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려면 무엇보다 재정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수임 확대와 수임료 현실화, 고객 다변화 같은 수입구조 혁신 노력을 통해 공단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싶다.”

-우수한 변호사 유치를 위한 방안은.

“공단은 지식기반 사업을 영위하는 특성상 ‘전문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전문 인재를 충원하고, 육성하며, 양성된 인재가 떠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한 보수체계를 수립하고 엄정한 평가를 통해 우수 성과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함으로써 핵심인재가 장기근속하도록 하겠다. 공단이 경쟁력 있는 전문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립한다면 우수 인력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으로 생각한다.”

-공단이 한층 성장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공단은 예산의 대부분을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올해의 경우 예산 150억원 중 국고보조금은 2억 8000만원으로 1.9%에 불과하다. 법률상 제약과 낮은 수임료로 인해 재무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단이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공익기관인 걸 감안하면 수익 향상을 위해 수임료를 높이기도 어렵다. 취약한 재무 여건으로 인해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공익 추구에서 오는 손실은 국가가 일정 부분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수 변호사 충원·유지를 위해 재정이 지원된다면 ‘경쟁력 강화→성장→처우 개선→전문인력 확충→경쟁력 강화’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공단은 국제 분야 소송과 법률자문도 담당하는 것으로 아는데.

“아주 아쉬운 부분이다. 법률시장 개방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거액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발생 등 국제업무에 관한 법률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수입 운영 방식으로 인해 취약한 재정 여건과 인력 규모로 이를 전담할 조직과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국제법무 분야의 학회 참여, 내부 학습모임 결성, 언어 능통 변호사의 충원, 관계부처 파견을 통한 실무능력 배양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독자적 수행 역량은 부족하다. 국익 수호 관점에서 보건대 ISDS 사건 등은 민간에 일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유리천장’이 강한 검찰에서 각종 ‘여성 1호’ 타이틀을 가진 주인공이다. 후배 여성 법조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다. 선진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가 변화하면서 출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연착륙했지만 우리는 빠른 시기에 고도 성장한 탓에 그렇지 못했다. 유리천장을 뚫는 시도를 하는 분이라면 당연히 실력은 출중할 것이다. 하지만 ‘출산이나 육아를 포기하면서까지 성공하겠다’ 이런 비장한 각오는 더는 안 했으면 한다. ‘워라밸’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면서 업무에 정진했으면 한다. 법무부 재직 시절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와 복지 증진 차원에서 청주여자교도소에 어린이집을 설치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후배들도 조직에 이런 제안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임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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