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우리 기술로 만든 우리쌀,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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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카 쌀을 주로 먹는 동남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요리의 인기가 높아져 자포니카 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자포니카 벼를 필리핀과 같은 연중 낮의 길이가 짧은 아열대기후에서 재배하면 생육기간이 한달도 되지 않아 꽃이 피는데, 이러면 수확량이 크게 줄고 높은 온도 때문에 쌀알이 단단히 여물지 못해 쌀 품질이 나빠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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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카 쌀을 주로 먹는 동남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요리의 인기가 높아져 자포니카 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아열대기후인 동남아시아라 하더라도 1000m가 넘는 일부 고산지역은 최저온도가 20℃ 이하로 내려가 추위에 약한 인디카 품종을 재배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은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은 국제미작연구소(IRRI)와 협력해 이러한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자포니카 품종을 개발함으로써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열대기후에서 재배가 가능한 자포니카 벼 연구를 국내에서 수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자포니카 벼를 필리핀과 같은 연중 낮의 길이가 짧은 아열대기후에서 재배하면 생육기간이 한달도 되지 않아 꽃이 피는데, 이러면 수확량이 크게 줄고 높은 온도 때문에 쌀알이 단단히 여물지 못해 쌀 품질이 나빠져서다.
연구자로서 현재 우리나라 벼 육종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IRRI와 함께 ‘통일벼’를 개발해 쌀 자급자족을 달성한 경험이 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도움을 받았던 나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해 벼 품종 개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농진청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쌀 생산 확대를 위해 1992년 IRRI와 국제협력연구과제를 시작했다.
2008년 아열대기후에 적응하는 자포니카 벼 ‘MS11’을 필리핀에서 최초로 품종 등록했으며, 지금까지 ‘MS11’의 쌀 품질과 수확량을 개선한 ‘자포니카 7’ 등 5개 품종을 추가로 개발했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자포니카 7’ 품종은 현지에서 널리 재배되는 인디카 다수확 품종의 수확량인 1㏊당 7t과 비슷할 정도다. 또한 ‘코딜레라 4’ 품종은 고위도지역에서 기존 현지 보급 품종보다 수확량이 29.5%나 더 많아, 필리핀에서 냉해에 강한 자포니카 벼 품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육종가들이 뛰어난 육종기술로 아열대지역에서 짧은 낮의 길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쌀 품종의 꽃 피는 시기를 35일에서 77일 이상으로 늦추어 벼가 충분히 생육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쌀, 그리고 우리 ‘K-육종기술’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게 된다면 식량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한끼가,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는 농민의 소중한 소득원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우수한 육종기술이 우리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 세계의 자원으로 인식되고, 나아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서정필 국제미작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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