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촌

관리자 2023. 10.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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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촌에서 태어났고, 성인이 돼서도 농촌에서 살고 있다.

더구나 농민인 부모님 덕분에 유년기 기억은 농촌에서의 추억으로 가득하다.

더구나 청년농부들이 겪는 농촌 진입의 어려움을 들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결혼해서 아이 낳을 때 병원이 멀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하면 할수록 나도 아이를 키운다면 촌의 정서가 가득한 농촌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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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촌에서 태어났고, 성인이 돼서도 농촌에서 살고 있다. 더구나 농민인 부모님 덕분에 유년기 기억은 농촌에서의 추억으로 가득하다. 그 당시 나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고 싶었고, 학교 바로 앞에 살면서 걸어 다니고 싶었고, 친구들끼리 자유롭게 만나는 걸 동경했다. 어렸던 나에게 촌에서 산다는 것은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이 해 지기 전에 집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버스정류장에 내린 후 걸어서 30분을 들어가야 하는 산길 마지막 집이 우리 집이었으니 내가 오죽 답답했겠나!

그래서 크면 무조건 도시로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릴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아기 낳으면 도시에서 살고 자유롭게 키울 거야!”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도시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어머니가 농부의 아들인 아버지를 만나 귀농해 우리 남매를 얼마나 잘 키우려고 노력했는지 짐작이 간다. 부모님의 노력이 지금 청년농인 나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편한 점은 있다. 다들 농촌이라고 하면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아이 키우기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더구나 청년농부들이 겪는 농촌 진입의 어려움을 들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결혼해서 아이 낳을 때 병원이 멀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아이를 키울 때도 갑자기 아픈 아이들이 갈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큰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농촌에선 산부인과·조리원,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주거지를 도심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년농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하려고 해도 유명 병원이 차로 3∼4시간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시간 예약도 안돼 8시에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려야 그나마 오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새벽부터 병원으로 ‘출근’해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 뒤 집에 돌아가면 저녁이 다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럼 그날은 일을 공치거나, 대체 인력을 구해놔야 한다. 하지만 모두 다 알 게다. 농촌에서 인력을 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럼에도 농민의 자녀인 내가 자부하건대, 자식 관점에서 농부 부모는 좋은 점이 더 많다. 바쁜 농번기가 지나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바쁘더라도 일터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서른쯤인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통금이 있던 어린 시절 덕분에 생활에 기준이 생겼고 서로 돕고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됐으며 가족간 유대가 깊어졌다. 이 모든 점이 성인이 된 나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일하고 가끔은 갈등하면서도 끈끈하게 함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일을 하면 할수록 나도 아이를 키운다면 촌의 정서가 가득한 농촌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을 정도다.

농촌은 여유가 있는 듯하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너무나 바쁜 공간이고, 그 바쁨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부대낄 수 있는 공간이며, 별일 없을 것 같아도 다양한 매일이 지속되는 공간이다. 여기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사회화를 체득할 것이다. ‘촌’은 낙후된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김미영 창원생과방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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