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기도 키오스크 저기도 키오스크…농촌 노인들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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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지털화가 너무 빠르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도는 도시 장년층도 피곤해할 정도다.
스마트 뱅킹, 모바일 주문·예매 등 생활 전반이 디지털 환경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근래 들어 지역사회에도 은행·터미널·식당·카페 등에 키오스크라는 '괴물'이 깔리며 농촌 노인들의 운신 폭을 더 좁히고 있다.
각종 디지털 기기가 저변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노인들도 적응할 수 있게 시간적·기술적 배려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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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지털화가 너무 빠르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도는 도시 장년층도 피곤해할 정도다. 기성세대가 이럴진대 상대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노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피로감 정도가 아니라 습득을 단념하는 게 차라리 속 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스마트 뱅킹, 모바일 주문·예매 등 생활 전반이 디지털 환경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근래 들어 지역사회에도 은행·터미널·식당·카페 등에 키오스크라는 ‘괴물’이 깔리며 농촌 노인들의 운신 폭을 더 좁히고 있다.
키오스크는 공공장소나 음식점 등에 설치된 무인 기계다. 손님이 직접 화면을 눌러가며 필요한 걸 주문해야 한다. 한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이 터치스크린 방식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조작이 어려워 진땀을 빼다 포기하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도해볼라치면 뒤에 줄 선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키오스크 이용 실태조사(2022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강원도 주민 100명 중 차표 예매와 음식 주문에 불편을 못 느끼는 사람은 각각 1.7명, 8명뿐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는 현상을 ‘디지털 소외’ 또는 ‘디지털 래그’라고 한다. 디지털 문화가 몸에 밴 젊은 세대와 여전히 스마트폰을 전화로만 인식하는 노년층의 간극은 클 수밖에 없다. 각종 디지털 기기가 저변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노인들도 적응할 수 있게 시간적·기술적 배려가 요구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금융권이 고령층 전용 창구를 개설하거나 상담 전화를 운영하며 발 빠르게 디지털 소외계층 보호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정보에 어두운 농촌 노인들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도 필요하다. 각 지자체 복지관과 연계해 키오스크로 음식 주문하기, 버스표 사기 등을 알려주는 전남도의 디지털 배움터가 좋은 사례다. 정부도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고령층을 위한 정보 서비스 예산을 늘리는 등 노인들이 디지털 소외를 겪지 않도록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이 드는 게 장애가 되는 세상이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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