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노래의 주인은 따로 있다

관리자 2023. 10.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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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 마지막 날이면 원치 않아도 듣게 되는 노래가 바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만약 이 곡의 성공을 예상했다면 신인가수 이용에게 노래가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잊혀진 계절'은 10월의 마지막 날 밤이면 지난날 떠난 연인을 회상하며 한잔의 술을 비우게 하는 명곡의 반열에 있는 노래다.

그들은 진정한 노래의 주인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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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잊혀진 계절’
‘잊혀진 계절’이 수록된 이용의 지구 전속 제1집.

해마다 10월 마지막 날이면 원치 않아도 듣게 되는 노래가 바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이 곡은 오래된 인기만큼이나 기구한 사연을 가진 노래다.

작곡가 이범희의 가락에 작사가 박건호가 평소 자신을 물심양면 도와줬던 무명 가수 장재현에게 주려던 노랫말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1982년 여름 박건호는 신장염에 걸려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그 사이 이범희는 박건호에게 말도 없이 ‘잊혀진 계절’을 가수 조영남에게 줬다. 그때가 9월이었다. 그리하여 조영남이 노래를 녹음했고 당시 노래 도입부는 이랬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9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녹음까지 마쳤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조영남과 레코드사의 계약 불발로 취입이 불가하게 된 것. 레코드사 사장은 신인 가요제에서 입상해 가요계에 막 얼굴을 내밀며 스튜디오를 들락거리던 이용을 떠올렸고 그에게 이 곡을 녹음하도록 했다. 막상 녹음하려고 보니 9월이 지나고 10월이 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작사가는 병원에 있으니 연락할 수가 없었다. 결국 9월을 10월로 고치고 녹음을 강행했다. 만약 이 곡의 성공을 예상했다면 신인가수 이용에게 노래가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사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건호는 퇴원하고 보니 너무나 황당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래 주인이 두번이나 바뀐 것이다. 게다가 대성공을 거두고 있으니 화내지도 기뻐하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이 일로 박건호는 원래 가창하기로 했던 장재현, 곡을 임의로 준 이범희, 엉겁결에 녹음한 이용 등 모두와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게 됐다. 또한 녹음하고도 음반을 발표하지 못한 조영남도 땅을 치고 후회했으리라.

이후 이용은 ‘바람이려오’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 등의 히트곡을 내며 조용필에 필적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1985년 초반 미국에 갔다가 생긴 구설수로 비난을 받아 1990년대초까지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잊혀진 계절’은 10월의 마지막 날 밤이면 지난날 떠난 연인을 회상하며 한잔의 술을 비우게 하는 명곡의 반열에 있는 노래다. 하지만 노래를 짓고 부른 장본인들은 명성만큼 즐겁지 못한 듯하다.

가요계에는 “노래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오래된 말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러 가수가 불러도 히트해 부와 명예를 얻는 주인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최근 송사에 휩싸여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둘 기회를 놓쳐버린 아이돌 그룹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진정한 노래의 주인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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