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우리나라에 ‘역외’ 금융중심지가 왜 필요할까

관리자 2023. 10.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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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금융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업으로 인식된다.

역외 금융중심지에서는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규제가 아닌 글로벌 표준 규제를 적용한다.

역외 금융중심지가 설치된다면 해외 기업은 물론 홍콩에서 이탈하게 될 금융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역외 금융중심지는 국내 비거주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외환 등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국내 소비자에게 영업하지 않아 민원도 야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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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금융산업 경쟁력 높이려면
외국기업간 금융 거래 허용하는
‘역외’ 금융중심지가 현실적 대안
안정성·소비자 권익은 지키면서
해외 금융사 유치 마중물 기대
국내 인력도 자연스레 글로벌화

우리나라에서 금융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업으로 인식된다. 그러다보니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발표했고, 2007년 금융중심지법을 제정했으며, 2009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부산 남구 문현동을 금융중심지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2025년까지 금융중심지를 발전시킬 계획도 확정했다.

금융중심지란 ‘역내’ 금융중심지를 의미하는데 국내외 금융사가 집결해 자유롭게 금융 활동을 하는 국내 특정 지역을 말한다. 혹자는 금융중심지를 서울에 집중해야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지만 디지털혁명이 금융업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고,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식 접근이 바람직하다. 서울은 바퀴의 중심인 허브(Hub)로, 다른 지역은 바큇살인 스포크(Spoke)로 연결되는 ‘허브앤드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허브앤드스포크 전략이 성공하려면 규제 혁신이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엄격한 금융 규제 기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금융빅뱅’ 같은 패러다임 혁신은 쉽지 않다. 금융 안정성을 위한 엄격한 규제 전통과 함께 관성에 의존하는 보신주의(保身主義)가 원인일 수 있다.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권익을 잘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역외’ 금융중심지(Offshore Financial Center)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역외 금융중심지는 ‘외국기업간에 자유롭게 금융 거래를 하도록 허용하는 특정 지역’을 의미한다. 역외 금융중심지에서는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규제가 아닌 글로벌 표준 규제를 적용한다. 역외 금융중심지가 유리한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역외 금융중심지는 지지부진한 해외 금융사 유치의 마중물이 된다. 금융산업이 미국·싱가포르 수준으로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외국 금융사 유치가 중요하다. 역외 금융중심지가 설치된다면 해외 기업은 물론 홍콩에서 이탈하게 될 금융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역외 금융중심지는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고 금융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역외 금융중심지는 국내 비거주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외환 등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국내 소비자에게 영업하지 않아 민원도 야기하지 않는다.

셋째 역외 금융중심지 내 해외 금융사가 유치되면 국내 인력이 글로벌 금융사에서 근무하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금융인력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특히 2019년 경제적 실질(Economic Substance) 규제로 등록 기업은 그 지역에서 최소한의 직원을 고용하고 비용 지출 등 실질적 경제 행위가 있어야 한다.

역외 금융중심지는 ‘역내’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므로 조세회피처가 된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글로벌 표준 규제를 적용하면 해외 금융사를 유치하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였던 금융사의 ‘비밀주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의 글로벌 규제로 상당히 축소됐다.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출범할 때 외국 선수는 13명뿐이었다. 그 후 외국 선수를 적극적으로 유치, 2023년 외국 선수는 370여명으로 전체의 약 70%에 육박한다. 글로벌시장 개방과 마케팅으로 세계 최고 스포츠 리그가 됐다. 작은 부작용이 두려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산업도 케이팝(K-Pop)도 없지 않았을까.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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