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김동연은 '워커홀릭'인가…'검은' 양복의 의미
"국감 끝날 때까지 알리지 말라"
국감서 경기도 현안 명확히 전달 필요
계속된 '상중 업무'…해외 인사 면담
상중 버스 파업 중재…사흘째 '검은' 양복
정치인 김동연…'워커홀릭' 넘은 '사명감'
"끝날 때까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그가 말한 '끝날 때'는 다음날(23일) 있을 경기도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였다. 국감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22일 밤 11시쯤, 장모의 부고 소식을 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비서진에 내린 지시다.
"알리지 말라"…뒤늦은 '부고'의 의미
국토위 국감 당일 아침 김 지사는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국토위 국감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예상대로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서울-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The(더) 경기패스'(경기도형 교통비 지원책) 등 경기도 관련 현안들이 쟁점이 됐다.
엄중한 표정으로 법카 논란 관련 팩트를 호도한 일부 언론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가 하면,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에 용산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촉구할 때는 결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가 상중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그가 상을 당했다는 사실은 국감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오후 5시쯤 경기도가 보낸 부고 메시지를 통해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토위 국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더경기패스, 법카 논란 같은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다"며 "이런 중요 현안들에 대한 경기도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상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해 미리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된 '상중 업무'…해외 인사 초청 면담
국감 이후에도 그의 '상중 업무'는 계속됐다. 24일 하루에만 유엔(UN) 산하기구인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아미다 살시아 엘리스자바나 사무총장과 말레이시아 데이비드 응아 코 밍 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김 지사는 엘리스자바나 사무총장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민간기업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참여 방안을 논의했고, 응아 장관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아세안 3위인 말레이시아와 경기도의 교류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엘리스자바나 사무총장과의 만남은 지난 7월 지사가 태국 방콕에 있는 ESCAP 방문 때 직접 초청해 이뤄진 것"이며 "응아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김 지사와의 만남을 가장 인상 깊어 했다는 사실을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들과 만나는 내내 '검은 양복'을 입었다.
상중 버스 파업 중재…사흘째 '검은' 양복
25일은 발인이었다. 김 지사의 일정에도 '특별휴가'라는 공지가 떴고, 매월 김 지사가 주재해온 도정열린회의도 행정1부지사가 대신했다.
하지만 이날은 경기도로서는 매우 중대한 일정이 있었다. 경기도 버스가 멈추냐를 놓고 버스 노사의 최종 협상이 있는 날이었다. 협상은 오후 4시부터 시작됐고, 시한은 이날 자정이었다.
다행히 막판 협상을 거듭한 끝에 자정이 다 돼서 노사가 합의에 이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막판에 김 지사는 협상장을 찾았다. 이견 조율에 김 지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임기 내 전면 도입이 어렵다고 발표했던 일반 시내버스 대상의 준공영제인 '공공관리제'를 2027년까지는 반드시 전면 시행하겠다고 확약하며 합의를 이끌어냈다. 버스 노사 역시 상중에도 협상장에 나와 준 김 지사에 고마움과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여전히 '검은 양복' 차림이었다.
정치인 김동연의 길…'워커홀릭' 넘은 '사명감'
그는 '워커홀릭'인가. 과거 분명히 그런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큰 아들을 잃고도 장례식날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그런 모습은 후배 공무원들에게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비춰졌다.
34년 공직 생활은 그랬다. 하지만 정치를 시작하면서 그는 달라지려 하고 있고, 달라졌다. '워라벨'을 시대정신이라 생각하는 그가 스스로 '워커홀릭'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김 지사는 그날이 있기 한 달여 전부터 비서실에 공식일정을 잡지 말라고 한 날이 있었다. 10월 7일이었다. 큰 아들을 보낸 지 10년 째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공교롭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이 열렸고, 경기도는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전을 벌였다. 야속하게도 김 지사는 환호속에서 먼저 간 아들을 추모해야 했다.
유독 김 지사가 개인사와 공사가 겹쳐지는 이유는 왜 일까.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신당(새로운물결)을 창당했던 시기 그가 누군가에 했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가 너무 크다. 정치를 하기로 한 이상 나는 이제 개인 김동연이 아니다. 사회에 내 몸을 맡겼다. 공헌하는 삶을 살겠다."
'사명감' 같은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검은 양복'은 이제는 '대의'가 우선일 수밖에 없게 돼버린 자신의 장모님에 대한 미안함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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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psygo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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