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우승, 사돈과 함께… 단풍보다 화려한 1만8000개 꿈
김세종·최정윤 엘리트부 우승
김세종(22·삼성전자)이 춘천마라톤 남자 엘리트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종은 29일 강원 춘천시 의암호를 도는 국제 공인 코스에서 열린 2023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겸 제77회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조선일보사·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에서 2시간 16분 28초에 풀코스(42.195㎞)를 완주, 정상에 올랐다.
김세종은 김홍록(21·건국대)과 마지막까지 나란히 경합하다 2시간 15분대 접어들면서 치고 나가기 시작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홍록은 2시간 16분 35초로 2위로 들어왔다. 김세종과 김홍록은 뜨겁게 포옹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3위는 신용민(22·건국대·2시간 18분 20초)이었다.
김세종에겐 이번이 첫 메이저 마라톤 대회 우승이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나보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우승을 간절히 원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우승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원래 매주 300~350㎞를 달릴 정도로 고강도 훈련을 하다가 한 달 반 전부터 250㎞ 정도로 줄였다. 다리에 미세한 통증이 있었는데 컨디션 악화로 첫 우승 기회를 그르치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날 완주 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빵이다. 저녁엔 빵을 원없이 먹겠다”며 웃었다. 개인 최고 기록(2시간14분 48초)도 조만간 경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엘리트 부문은 최정윤(30·한국수자원공사)이 2시간 33분 58초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최정윤은 아버지 최진혁(60)씨가 1984년 이 대회(당시 서울~성남 왕복)에서 2시간 21분 20초 기록으로 우승한 바 있어 ‘부녀 우승’이란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외에도 어머니 이정숙(58)씨가 올해 풀코스 3시간 14분대 기록을 쓸 정도로 육상 유전자를 타고났다. 최정윤도 충남체고를 거치며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육상 선수 길을 걸었다. 여자 2위는 안슬기(31·삼성전자·2시간 34분 46초), 3위는 이수민(31·논산시청·2시간 39분 40초)이 차지했다.
올해 춘천마라톤은 국내 엘리트 마라톤 부흥을 돕기 위해 외국 선수들을 초청하지 않고 대신 대회 상금을 대폭 늘렸다. 작년엔 남녀 각각 1위 1000만원, 2위 300만원 등 총상금 3440만원이었지만, 올핸 1위 2000만원, 2위 1000만원 등 총 8200만원. 2배 이상으로 책정했다. 국내 마라톤 대회 최고액이다.
함연식·이지윤 일반부문 우승
“그동안 간간이 좋은 단풍 구경하는 마음으로 (춘천마라톤) 코스를 뛰었어요. 2~3년 전부턴 몸이 많이 좋아졌는데, 이렇게 우승도 해보네요.”
남자 마스터스(일반부)에선 함연식(44)씨가 2시간 32분 10초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그는 “사실 오늘 컨디션이 좋진 않았다. 7㎞부터 왼쪽 골반 쪽에 통증이 와서 25㎞ 지점엔 중단할까 고민도 했다”며 “이후 2시간 26분대 목표 기록 대신 완주를 목적으로 뛰었는데 우승까지 해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서울 배문고 육상부 코치로 일하는 함씨는 고교 시절까진 장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다 대학 시절인 23세에 처음 풀코스를 뛴 뒤 마라톤 매력에 푹 빠졌다. 마라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도 선발됐지만, 이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마라톤을 할 때마다 머리에 있는 온갖 복잡한 생각을 말끔하게 비울 수 있다”고 했다.
여자 부문에선 이지윤(39)씨가 2시간 56분23초로 우승했다. 직장인인 이씨는 2011년 10㎞ 대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달리기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2012년 첫 풀코스 완주를 춘천에서 달성한 그는 작년 대회에선 처음으로 서브 스리(3시간 이내 완주)로 1위(2시간 57분 01초)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엔 더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며 대회 2연패(連霸)를 이뤄냈다. 그의 기록은 선수 부문에선 6위에 해당했다.
이씨는 “기록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매년 ‘내년엔 10㎞나 하프마라톤을 뛰자’고 하지만, 신청 기간이 되면 다시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다. 이게 마라톤의 매력”이라면서 “남편과 함께 완주해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내년에도 춘천에 또 오고 싶다”고 웃었다.
남녀 10㎞ 부문에선 각각 전자회사 설비팀 직원인 오현준(30·34분 16초)씨, 가평중 육상 전임 지도자인 강경아(44·37분 23초)씨가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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