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봉사단원·가족 등 올해까지 750명 초청… 코로나땐 마스크 선물
참전 용사에 이은 ‘한국의 報恩’
“다시 방문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한국이 잊지 않고 우리까지 찾아줘서 고맙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사장 김기환)은 평화봉사단의 헌신에 사의를 표하고자 2008년부터 매년 전직 단원과 그 가족들을 초청하고 있다. 올해까지 약 750명이 초청 사업을 통해 한국을 찾아 근무지를 둘러보고 과거의 동료들과 재회했다. 6·25전쟁 참전 용사 초청에 이은 또 하나의 보은(報恩)인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한이 불발된 2020년에는 마스크 등을 미국의 단원들에게 전달해 뉴욕타임스(NYT)가 이를 다루는 등 화제가 됐다.
올해도 평화봉사단 출신 단원과 가족 40여 명이 21일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979~1981년 경남 통영의 보건소에서 일한 폴라 루이스 베를린씨도 42년 만에 ‘모자(母子) 보건’ 업무를 담당했던 이곳을 다시 찾았다. 지금은 주차장으로 변했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백발의 노인이 돼 베를린씨를 맞았다고 한다. 그는 “봉사단 시절을 기록한 일기와 사진을 미국에 보냈는데 화물 사고가 나서 모두 사라졌다”며 “이렇게라도 추억을 복원하게 돼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엔 KF가 미국 내 전직 봉사단원 500여 명에게 마스크 등이 포함된 ‘코로나19 생존 박스’를 전달했다. 홍삼 캔디와 은수저 등 한국을 추억할 수 있는 제품도 곁들였고 박스 위에 ‘당신의 헌신에 대한 우리의 작은 보답’이라 적었다. 1966년부터 강원 춘천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한 샌드라 네이선씨는 당시 본지에 “50년 전 내 인생의 경험이 지금 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다”며 “박스를 여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에 감동해 한국에서 활동한 전직 봉사단원들의 모임 ‘프렌즈오브코리아(FOK)’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한 장애인 복지 시설을 찾아 2000달러(약 270만원)를 기부했다. FOK 부회장이자 한국인 배우자를 둔 제임스 마이어(80)씨는 “이렇게 평화봉사단을 다시 초대해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하숙집 아주머니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단원들에게 베풀었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면 우리가 봉사한 것에 비해 여전히 받은 게 너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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