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존스·커밍스… 봉사단 통해 한국과 인연
주한 대사·경제관료 등으로 부임
한미 동맹의 가교 역할 이어나가
미국 평화봉사단원 중에는 한국 대사가 되는 등 한국과 인연을 이어나간 인사들이 여럿 있다.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는 스물둘이던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아 충남 예산 예산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당시 그는 봉사단원 신분이었지만 영어 정규 수업 교사로 2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정식 교사 대접을 받았다. 1976년도 졸업 앨범에는 ‘영어교사 심은경’으로 수록됐다. 동료 교사들이 그에게 심은경이란 한국어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당시 학생·마을 주민과 어울리며 한국어도 배웠다. 2008년 한국 대사에 부임했을 때 첫 공식 석상에서 “안녕하십니까, 심은경입니다”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1년 한국을 떠나 2013년까지 주인도 대사도 지냈는데, 이후 공직을 떠나 한국외대 석좌교수·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등을 지내며 한미 동맹의 가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2004~2005년 주한 미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현 주세르비아 대사도 평화봉사단원(카메룬 파견) 출신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제프리 존스 변호사는 대학생이던 1971년 경남 마산에서 활동했다. 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도 했다.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 박사도 1967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딛으며 인연을 맺었다. 그의 아내도 한국인이다. 조 도노번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도 1970년대 말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했고,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명예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66년 평화봉사단원으로 경북 안동농고에서 2년간 영어와 문학을 가르쳤는데 훗날 하버드대 교수가 돼 한국 시조를 영어로 짓는 법을 가르쳤다. 2009년 ‘도시의 절간(urban temple)’이란 책을 냈다. 책에는 봉사단원 시절 안동 읍내에서 막걸리를 먹고 취해서 돌아올 때 돼지가 울었던 기억을 담은 ‘안동의 어느 밤’ 같은 한국의 서정이 담긴 영어 시조 60여 수가 실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