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핼러윈 방지법 표류, 국민 의식 그대로인데 여야는 정쟁만

조선일보 2023. 10. 3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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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핼러윈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기억, 추모, 진실을 향한 다짐'에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핼러윈 참사 1주기인 29일에도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기 바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해 진실을 밝히고 권력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엔 참석하더니 왜 핼러윈 추모식에는 오지 않느냐”며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핼러윈 참사 원인이 규명됐고 책임자 처벌도 이뤄졌는데 또다시 특별조사위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참사를 정쟁에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에 불참하고 추모 예배에만 갔다. 사실상 민주당 주최 행사라는 이유였다. 여당에선 김기현 대표 대신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만희 사무총장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야당은 “국민 아픔을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추모 행사를 놓고도 여야로 갈려 대립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야가 시급하게 처리했어야 할 안전사고 방지 법안은 국회에 방치돼 있다. 핼러윈 참사 후 안전 대책 법안이 48건이나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다중 군집 시 정부가 통신사에 데이터 등을 요청할 수 있는 법안 한 건뿐이다. 주최자 없는 행사의 관리 주체를 정하고 지자체에 안전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정부의 ‘재난 안전법’은 민주당이 “정부의 책임 전가”라며 반대해 발목이 잡혀 있다. 공공장소에 심폐 소생 장치를 마련하는 법안, 지자체 CCTV를 국가 재난 관리 체계에 연계하는 법안, 재난 관리자에게 재난 문자 발송 요청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 등이 모두 상임위에 묶여 있다. 인파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국가 안전 시스템 개편 대책’도 이행률이 21.6%에 그친다.

행사·통행·교통 관련 기본 질서와 국민의 안전 의식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핼러윈 참사 때 이태원 일대엔 불법 주정차로 구급차가 진입할 수 없어 구조 골든 타임을 놓쳤다. 그런데 최근 이태원 일대 불법 주정차는 1년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한다. 우측 통행과 같은 기초 질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역과 시내 번화가, 국제 행사장, 지역 축제 등에선 인파가 얽히고 부딪치는 일이 빈발한다.

핼러윈 참사 1년을 맞아 해야 할 일은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으면서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기본 질서를 바로잡고 국민 의식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이 관련 입법은 뒷전인 채 내 편 네 편 갈라 싸우고만 있다. 세월호 등 대형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 이래선 언제 제2의 세월호·핼러윈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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