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안포 열고 ‘남반부 점령’ 외치는데 “북 억압 말라”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북한을 계속 억압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국방장관에게 “질문이 아니라 권고”라고도 했다. 북한의 한 해 총생산량이 우리 국방비에 못 미치는 반면, 우리는 한미 동맹에 세계 6위 군사력으로 북한을 제압할 수 있으니 제재와 압박을 완화하라는 취지였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북한 핵을 제외하면 우리 군 전력이 북에 밀리지 않는다”며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핵을 제외하면 북한에 밀리지 않는다”는 말은 궤변에 가깝다. 핵을 빼놓고 어떻게 전쟁의 승패를 얘기할 수 있나.
지금 북한은 대놓고 남한에 대한 핵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데 이어 지난달 ‘핵무기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했다. 핵무기의 다종화, 실전 배치도 진행 중이다. 김정은은 우리 계룡대 타격을 상정한 훈련에서 “남반부 영토 점령”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군사 지휘 거점과 군항·비행장, 혼란 사태를 연발시킬 수 있는 곳에 대한 동시다발적 타격”을 지시했다.
김정은이 비핵화 가면을 벗어던진 이상 우리도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북한을 억압하지 말라고 한다. 이날 국감에선 북한이 지난 5년간 9·19 합의를 위반하고 백령도·연평도 등을 겨냥한 해안 포문을 총 3400회 개방한 사실도 확인됐다. 포문 개방은 언제라도 포격을 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안보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전쟁이냐, 평화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북 미사일에 대응한 한·미·일 연합 훈련에 대해서는 “극단적 친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국회 다수당인 나라가 비정상 국가 독재자로부터 안보를 지킬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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